수리치골 성모성지, 희망의 순례길

수리치골 성모성지, 한국 최초 성모성심 봉헌지

충남 공주시 신풍면 봉갑리 383-3에 위치한 수리치골 성모성지는 한국교회가 최초로 성모성심께 봉헌된 성지로서 깊은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곳은 박해를 피해 숨어 살던 신자들의 마을로, 1846년 11월 2일 조선교구 제3대 교구장 페레올 주교와 성 다블뤼 안토니오 신부가 김대건 신부의 순교와 병오박해를 맞아 조선의 보호를 성모 마리아께 청하고자 성모성심회 조선 분회를 설립한 곳입니다.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이곳의 교회사적 가치를 인정하며 한국교회 최초의 성모성심 봉헌 성지로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수리치골이라는 지명은 이 지역에 수리취나물이 많이 자라던 데서 유래했습니다.

성모성심회와 미리내성모성심수녀회

성모성심회는 1836년 프랑스 파리 승리의 성모성당 주임 데쥬네트 신부가 설립한 신심단체로, 미리내성모성심수녀회 설립자 정행만 신부의 노력으로 현재 수리치골에 미리내성모성심수녀원이 자리 잡았습니다.

희년과 전대사, 그리고 순례자의 길

수리치골 성모성지는 대전교구에서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지정 성지입니다.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2025년 희년을 '희망의 순례자들'이라는 주제로 선포하였으며, 기간은 2024년 12월 24일 성탄대축일부터 2026년 1월 6일 주님공현대축일까지입니다. 전대사는 죄의 용서뿐 아니라 그에 따른 잠벌까지 면제받는 은총을 뜻합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순례길 풍경

성지로 오르는 나무데크 길에는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길 왼편으로는 시냇물이 흐르고 산바람에 꽃내음이 스치며, 발걸음은 한층 가벼워집니다.

나무데크 길을 따라 올라가면 두 개의 순례자 쉼터가 있습니다. 좌측 쉼터는 아담한 카페처럼 영상 시청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우측 쉼터는 순례를 마친 이들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회합실입니다.

성당과 성체조배실, 십자가의 길

조금 더 올라가면 우측에 미사 봉헌이 가능한 성당이, 좌측에는 성체조배실과 십자가의 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성모광장 위에는 물고기 형상의 성모당이 자리해 있는데, 이는 박해 시절 천주교 신자임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성체조배실 내 예수님 십자가 아래 성모님께서 오른손에 성모심장을 들고 계신 모습은 방문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이곳은 침묵 속에 예수님께 마음을 드리며 기도하는 공간으로, 성모상 아래에는 기도문을 적어 놓을 수 있는 메모지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과 성모당

성모광장 우측으로 이어지는 십자가의 길은 14처로 구성되어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성모님과 함께 참회의 길을 걷는 장소입니다. 십자가의 길 맨 위에는 물고기 형상의 성모당이 있어 성지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순례 코스와 방문 안내

성모당 좌측 숲길에는 3.5km의 순례 코스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순례길은 빛의 신비, 영광의 신비, 고통의 신비, 환희의 신비 등 네 가지 묵상 코스로 나뉘며, 각각 30분에서 60분 정도 소요됩니다. 방문객들은 순례길을 걸으며 신앙의 깊이를 더할 수 있습니다.

성당과 식당, 그리고 공동체

수리치골 성모성지 성당은 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가 관리하며, 미사 봉헌 장소로 둥근 물고기 형상의 제대가 인상적입니다. 2층 역시 물고기 형상으로 설계되어 안정감과 부드러움을 전합니다.

성지 내 식당에서는 수녀님이 직접 준비한 비빔밥을 5,000원에 맛볼 수 있으며, 우리 밀로 만든 빵도 판매합니다. 단체 방문 시 예약이 가능하며, 식당 앞에는 성물 판매소도 운영 중입니다.

성지 방문의 의미

성지 내 벽면에는 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 40주년을 기념하는 글귀가 적혀 있어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에 감사하며 미래를 희망하는 공동체의 정신을 전합니다. 수리치골 성모성지는 신앙과 희망을 품은 이들에게 어머니의 품과 같은 안식처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수리치골 성모성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