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켜진 책의 불빛

사람들의 발길이 줄고 빈집이 늘어가던 충남 금산군 제원면 용화리 강촌마을에 새로운 문화 공간이 들어섰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농촌 주택을 정비해 조성한 강촌마을작은도서관서점이다.
책을 읽고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서관이자 서점이며, 차와 문화예술을 매개로 주민들이 만나는 마을 사랑방의 성격도 갖췄다. 빈집에 책과 사람의 온기를 채운 이 공간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겪는 농촌에서 주민들이 머물고 교류할 수 있는 작은 거점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빈집을 고쳐 만든 문화 사랑방
강촌마을작은도서관서점은 나지막한 동산과 금강 상류의 자연을 가까이 둔 마을 언덕에 자리한다. 주변에는 한적한 논밭과 농촌 풍경이 펼쳐져 있고, 실내 책장에는 기증받은 책들이 정돈돼 있다. 책을 읽는 공간과 이웃이 차를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함께 마련됐다.
공간 조성을 이끈 사람은 제원면 출신 수필작가 박희숙 관장이다. 박 관장은 세종FM 라디오방송 ‘세종우먼브런치’ 아나운서, 세종시인구문화센터장, 국회의원 보좌관, 세종시 홍보특보 등을 지내며 지역사회 활동을 해왔다.
그는 고향 마을에 활력을 더하기 위해 오랫동안 방치됐던 집 주변의 잡초를 걷어내고 낡은 건물을 정비했다. 여기에 기증받은 책을 한 권씩 채우면서 빈집은 마을 도서관과 서점, 문화 소통 공간으로 바뀌었다.
빈집에 책이 들어서고 책이 있는 자리에 사람이 모이면서, 오랫동안 닫혀 있던 공간은 주민을 잇는 장소로 다시 문을 열었다.
주민과 지역 인사 80여 명 참석
2026년 10월 25일 오후 열린 개관식에는 지역주민과 각계 인사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도한호 전 침례신학대학교 총장과 박건하 소설가, 박상헌 금산군사회단체협의회장, 이정일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금산지회장, 배재용 한국문인협회 금산지부장, 박천교 전 금산동초등학교장, 김옥상 용화리 이장, 양태형 용화리 개발위원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행사는 송소영 금산중앙신협 전무의 사회로 진행됐다. 박희숙 관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김옥상 용화리 이장의 환영사와 참석 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행사장에서는 새 문화 공간의 출발을 축하하려는 주민들이 인사를 나누며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박희숙 관장은 책 한 권에 한 사람의 삶이 담길 수 있고, 시 한 편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책 읽기는 세상을 넓히고 문화를 가꾸는 일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며, 이곳이 어린이에게는 꿈을 키우는 공간, 청년에게는 희망을 찾는 공간, 어르신에게는 삶의 지혜와 위로를 나누는 공간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옥상 용화리 이장은 도서관 뒤편에는 나지막한 동산이 있고 앞쪽에는 금강이 흐른다며 입지의 특징을 소개했다. 이어 책으로 사람을 잇고 문학으로 마음을 나누며 문화로 지역의 미래를 여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책 읽기의 의미를 나눈 축사
도한호 전 침례신학대학교 총장은 제원면 용화마을에 도서관이 생긴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책을 읽은 사람은 읽기 전과 같을 수 없으며, 독서가 사람의 인격을 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강촌마을에서 시작된 책 읽기가 지역을 넘어 널리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이정일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금산지회장은 이곳에서 시와 음악이 흐르고 문학과 예술이 어우러지며 사람들의 만남이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책이 있는 곳에서 꿈이 자라고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서 문화가 피어난다며, 도서관서점이 금산 문화에 활력을 더하는 공간으로 오래 사랑받기를 기원했다.
박영하 선유원 이사장은 앞으로 문학 행사와 시 낭송,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어진다면 주민에게는 사랑방, 도시민에게는 쉼터, 지역사회에는 문화와 소통의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품으며 금산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는 뜻도 전했다.
종이비행기로 축하한 새 출발
개관식에서는 참석자들이 함께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행사가 펼쳐졌다. 주민과 참석 인사들이 한자리에서 날린 종이비행기에는 강촌마을의 새로운 출발과 밝은 앞날을 기원하는 뜻이 담겼다.
이날 행사는 한 사람의 성과만을 알리는 자리가 아니라, 마을의 새로운 공간을 주민들과 함께 열고 앞으로의 운영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종이비행기가 행사장 위를 가르는 동안 참석자들은 손뼉을 치며 개관을 축하했다.
작은도서관서점의 문을 연 날, 공간을 채운 중심에는 앞으로 이곳을 이용하고 함께 가꿔 갈 주민들이 있었다.
음악과 문학이 흐른 마을
1부 개회식에 이어 2부 음악·문학 콘서트가 열렸다. 제원면의 한 사찰 스님이 노래를 선보였고, 박지현 시노래밴드 단장은 색소폰을 연주했다. ‘10월의 마지막 밤’과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의 선율이 용화리 마을에 울려 퍼지며 개관식 분위기를 북돋웠다.
배재용 한국문인협회 금산지부장은 하모니카 연주와 함께 자작시 ‘진악산’을 낭송했다. 이어 주민들이 합창에 참여하면서 행사장은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진 마을 잔치의 모습을 보였다.
책을 중심에 둔 공간에서 시 낭송과 악기 연주, 노래와 합창이 이어진 것은 강촌마을작은도서관서점이 지향하는 문화 소통 공간의 성격을 보여줬다. 참석자들은 공연을 지켜보고 함께 노래하며 이웃 간 정을 나눴다.
책 한 권에서 시작되는 이웃 대화
강촌마을작은도서관서점에서는 책장에 꽂힌 책뿐 아니라 공간을 찾는 주민들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마을 어르신들은 이곳에 들러 궁금한 점을 묻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직접 농사지은 상추나 고구마 같은 농산물을 건네며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박희숙 관장은 어르신들이 방문하면 차와 간식을 내놓고 맞이한다. 주민들은 서로의 안부와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책 한 권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고 차 한 잔이 이웃을 연결하는 매개가 되는 셈이다.
이곳은 책을 보관하고 읽는 기능을 넘어, 주민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마을 공동체 공간을 지향한다.
어린이와 청년, 어르신이 같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세대마다 도서관을 찾는 목적은 다를 수 있지만 책과 문화, 대화를 통해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도록 조성됐다.
금강과 농촌 풍경을 품은 공간
도서관서점 창밖으로는 조용한 농촌의 논밭이 펼쳐지고 가까운 곳에는 금강 상류의 자연 풍경이 이어진다. 실내에서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며 주변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마을 뒤편의 낮은 동산과 앞쪽의 강, 주변 농경지는 강촌마을의 지리적 특징을 보여준다. 개관식 당일에도 방문객들은 건물 안팎을 둘러보고 책장과 창밖 풍경을 살피며 새롭게 조성된 공간을 확인했다.
강촌마을작은도서관서점은 마을 도서관과 서점 기능을 바탕으로 책, 커피, 농촌 풍경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주민에게는 가까운 생활문화 공간이고, 강촌마을을 찾은 방문객에게는 농촌과 문화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장소다.
농촌 빈집에 더해진 새로운 역할
농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짧은 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강촌마을에서는 방치된 빈집을 정비해 주민들이 머물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시도됐다.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이유를 만들고 주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할 장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분명하다. 책과 문화 활동을 중심으로 농촌 주민과 방문객이 만나고, 작은 교류가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갖췄기 때문이다.
향후 문학 행사와 시 낭송, 음악 공연 등이 이어지면 이 공간의 활용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개관식에서 진행된 문학·음악 콘서트는 도서관서점이 책을 읽는 장소에 머물지 않고 문화예술 활동을 품는 공간으로 운영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강촌마을작은도서관서점은 사라져 가던 빈집의 불을 다시 밝히고, 그 안을 책과 문화, 주민의 대화로 채운 사례다.
강촌마을작은도서관서점 정보
| 명칭 | 강촌마을작은도서관서점 |
|---|---|
| 위치 | 충청남도 금산군 제원면 용화1길 30 |
| 공간 성격 | 마을 도서관, 서점, 문화 소통 공간 |
| 주요 특징 | 책과 커피, 농촌 풍경, 금강 상류의 자연, 주민 교류 |
마을의 불빛이 하나둘 줄어드는 때에 문을 연 강촌마을작은도서관서점은 누군가에게는 독서 공간으로, 누군가에게는 이웃과 마음을 나누는 사랑방으로 기능하게 된다. 빈집에서 출발한 작은 문화 공간이 강촌마을 주민들의 일상과 함께 어떤 이야기를 쌓아갈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