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짚 한 올에 담긴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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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 한 올에 담긴 지혜

볏짚이 생활 도구가 되기까지

오랜 농경사회를 살아온 선조들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짚과 풀을 엮어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농가에서 일상적으로 익혔던 새끼 꼬기 기술은 곡식을 담는 보관 용기부터 짚신, 돗자리, 가마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됐다.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은 이처럼 자연에서 얻은 재료와 생활의 지혜가 결합한 짚풀공예 문화를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수확을 마친 볏짚으로 새끼를 꼬고, 이를 여러 겹으로 엮어 완성한 기지시줄다리기의 줄은 오늘날까지 전승되는 대표적인 짚풀공예다. 박물관 야외마당에서는 짚풀공예의 재료로 쓰였을 법한 수초도 볼 수 있어 전시 공간과 자연 소재의 관계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40톤 큰 줄이 보여주는 공동체의 힘

박물관 야외마당을 따라 둥글게 이어지는 큰줄전시관에는 기지시줄다리기의 거대한 줄이 전시돼 있다. 큰줄전시관이 닫혀 있을 때에는 유리창 너머로 내부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기지시줄다리기의 큰 줄은 암줄과 숫줄로 구성된다. 전체 길이는 약 200미터이며 지름은 약 1미터, 둘레는 약 1.8미터다. 암줄과 숫줄을 합친 무게는 약 40톤에 이른다. 수많은 볏짚과 사람들의 손길이 겹겹이 모여 하나의 줄을 이루는 모습에서 짚풀공예의 규모와 공동 작업의 성격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기지시줄다리기 축제가 열릴 때면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 회원들이 수개월 전부터 줄 제작을 시작한다. 완성된 줄은 줄다리기 시연에 활용된다. 줄 하나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오랜 기술과 협업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전승 활동인 셈이다.

줄 제작부터 지역 민속까지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은 1층 상설전시실과 지하 1층 기획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주변에는 기지시줄다리기 전수교육관과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가 자리한다.

상설전시실에서는 줄 제작 기구인 줄틀을 시작으로 기지시줄다리기의 제작 방식을 단계별로 살펴볼 수 있다. 기지시줄다리기가 시작된 지리적 배경과 함께 당진의 농촌과 어촌, 시장에서 사용된 민속유물도 전시된다.

기지시줄다리기를 보존하고 전승해 온 활동 자료, 각 마을의 농기와 의류, 줄다리기 관련 기록 등 수백 점의 유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화려한 농기와 의류는 마을별 전통의 특징을 보여주며, 전시 공간에는 대보름날 소원을 빌었던 풍습과 연결된 달집 소지 쓰기, 줄제, 줄 꼬기 체험도 마련돼 있다.

기지시줄다리기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과정도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동 등재된 캄보디아와 베트남, 필리핀 등의 줄다리기 문화도 함께 소개돼 여러 지역의 공동체가 줄을 만들고 당겨 온 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옛 거리로 이어지는 전시

상설전시 공간에는 줄다리기가 성행하던 당시의 거리 모습도 재현돼 있다. 방앗간과 한약방, 대폿집 등 과거 생활공간을 구성해 줄다리기가 펼쳐졌던 지역사회의 풍경을 보여준다. 농경문화와 시장, 마을 공동체가 서로 맞물려 있던 당시의 생활상을 전시물과 공간 연출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줄다리기는 단순히 힘을 겨루는 행사가 아니라 짚을 모으고 새끼를 꼬며 큰 줄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였다. 박물관 전시는 줄 제작 기술과 민속유물, 마을의 기록을 연결해 이러한 배경을 전달한다.

한 올의 풀 우리를 잇다

지하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2026년 10월 3일부터 11월 6일까지 지역 순회 전시인 한 올의 풀 우리를 잇다가 열린다. 당진시와 문화체육관광부 뮤지엄 이음 사업을 통해 마련된 전시로, 경기도의 풀짚공예와 기지시줄다리기 문화를 함께 조명한다.

풀과 짚을 엮어 생활 도구를 만든 경기도의 풀짚공예,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줄을 제작하고 당기는 기지시줄다리기가 하나의 전시 안에서 만난다. 서로 다른 지역의 공예와 공동체 문화를 엮어 자연 소재가 생활 도구와 전통문화로 이어진 과정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전시는 다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 1부 다름 새로운 연결의 시작
  2. 2부 교차된 시간을 엮다
  3. 3부 함께 엮는 힘

전시에는 국가무형문화재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 이수자이자 짚풀공예명인인 이현정, 충청남도 무형유산 백길자 댕댕이장, 대나무 공예명인 김성수와 황미경 등이 소개되며 관련 작품도 전시된다.

세계의 바구니와 현대 공간

1부 다름 새로운 연결의 시작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북아메리카와 유럽 등 세계 여러 지역의 바구니 문화를 소개한다. 서로 다른 자연환경과 생활 속에서 풀과 짚을 엮어 도구를 만들어 온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2부 교차된 시간을 엮다에서는 과거의 생활 모습을 담은 풍속화와 현대의 거실·주방 이미지를 함께 배치한다. 전통 풀짚공예품과 현대 풀짚공예품을 교차 전시해 시대에 따라 달라진 공간 안에서 공예품이 어떻게 놓이고 사용되는지 보여준다.

3부 함께 엮는 힘에서는 경기도 광주시 지역 주민들의 참여 창작품과 공동 작업 결과물, 당진 지역 공예가들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개인이 익힌 기술이 여러 사람의 참여를 거쳐 공동체의 문화로 확장되는 과정을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하 1층에서 만나는 닥종이 공예 역시 자연 소재를 활용해 생활과 예술을 이어 온 공예의 흐름을 보여준다. 짚과 풀, 종이 등 주변의 재료에 손기술을 더해 필요한 물건과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온 선조들의 생활 지혜가 전시 전반에 담겨 있다.

관람 정보

시설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주소충청남도 당진시 송악읍 안틀모시길 11
관람 시간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료무료
특별전 기간2026년 10월 3일부터 11월 6일까지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은 거대한 줄 한 가닥에 담긴 제작 기술과 농경문화, 공동체의 협력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상설전시와 큰줄전시관, 기획전시를 차례로 둘러보면 생활 도구에서 시작된 짚풀공예가 지역의 전통을 넘어 여러 나라의 줄다리기 문화와 연결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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