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장에 깃든 자연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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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장에 깃든 자연미술

공주의 오래된 원도심과 자연미술이 만나는 2026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가 2026년 9월 12일부터 11월 8일까지 공주시 왕도심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전시 제목은 도시자연미술 나의 창에 햇볕을 드리워줘다.

이번 비엔날레는 연미산자연미술공원이나 금강쌍신공원처럼 전형적인 야외 자연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자연미술의 무대를 공주의 오래된 도심과 제민천 일대로 넓혔다. 도시 안에서 자연과 인간, 건축과 생태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살펴보며 도시자연미술이라는 새로운 생태미술의 방향을 제시한다.

전시에는 17개국 31팀, 모두 3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주요 전시장은 구 공주양조장과 자연미술관 Ko, 제민천 일원 등이다. 모든 전시는 관람료 없이 공개된다.

전시 기본 정보

전시명2026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주제도시자연미술 나의 창에 햇볕을 드리워줘
기간2026년 9월 12일 토요일부터 11월 8일 일요일까지
운영시간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관일월요일
관람료무료
주요 장소구 공주양조장, 자연미술관 Ko, 제민천 일원 등 공주시 왕도심 일원
참여 규모17개국 31팀 32명

공주 원도심으로 확장된 자연미술

이번 비엔날레의 특징은 자연미술을 산과 공원에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래된 건축물과 골목, 하천이 이어지는 공주 원도심을 전시 무대로 삼아 도시에서 마주하는 빛과 식물, 삶의 흔적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구 공주양조장은 과거 술을 빚던 근현대 산업유산의 성격과 현대미술 전시장이 한 공간에 겹쳐지는 장소다. 세월의 흔적이 남은 목조 골조와 시멘트 벽면을 그대로 살린 내부는 작품을 둘러싼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오래된 건물의 질감과 빛, 남겨진 사물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작품과 맞물리며 전시의 일부처럼 기능한다.

구 공주양조장은 충청남도 공주시 감영길 22에 있다. 의료원 삼거리와 대동교 사이에 자리하며 1967호서극장 맞은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햇살의 방에서 시작하는 관람

야외에서 먼저 만나는 작품 가운데 하나는 팀 노리스의 햇살의 방이다. 도시 안에서 빛과 안식처, 생태와 인간 존재가 맺는 관계를 탐구한 장소 응답형 환경조형 작품이다.

철제 틀에 대나무를 고정해 하나의 방과 같은 구조를 만들었다. 관람객은 작품을 밖에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내부로 들어가 머물 수 있다. 시간에 따라 움직이고 달라지는 햇살은 작품의 형태와 내부 분위기를 계속 바꾼다. 고정된 조형물과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의 빛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작품이다.

사랑과 소유 사이의 자연

실내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는 장욱희 작가의 사랑했다고 말한다를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일상에서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방식과 그 안에 자리한 모순적인 생태 감각을 드러낸다.

자연을 사랑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인간의 욕망과 필요에 따라 자연을 이용하고 규정하는 현실을 작품에 담았다. 있는 그대로 존재해야 할 자연이 인간의 관점에 의해 의미를 부여받고 사용되는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양조장

구 공주양조장 실내에는 술을 빚던 장소의 흔적이 남아 있다. 목재와 시멘트, 오래된 사물들이 한데 놓인 공간은 정돈된 현대식 전시장과 다른 인상을 전한다. 낡은 벽과 골조 사이로 작품이 배치되면서 과거 산업 공간의 시간과 오늘의 예술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양조장의 거친 표면과 오래된 구조는 자연미술 작품의 재료와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작품을 둘러싼 공간 자체가 기억과 변화, 생성과 소멸을 이야기하는 배경이 된다.

공동체를 숙성시키는 조각

김월식 작가의 발효하는 조각은 양조장이라는 장소의 역사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이곳에 남겨진 사물에는 술을 만들던 노동과 기다림의 시간이 쌓여 있다. 작가는 서로 다른 사물이 다시 관계를 맺도록 배치하고, 각기 다른 존재가 함께 변해가는 조건을 만들었다.

발효는 모든 재료가 같은 속도로 변하는 과정이 아니다. 각각의 재료가 저마다의 속도로 스며들고 숙성된다. 작품은 공동체 역시 완전하게 통제할 수 없는 관계 안에서 변화하고 무르익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불완전한 존재들이 함께 머물며 변하는 과정 자체가 조각의 핵심이다.

전시장에는 김월식 작가와 함께한 전통술 발효 공동체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술도 놓여 있다. 참가자들은 쌀과 누룩, 물을 이용해 전통술을 빚었고 자신의 이름과 술을 담근 날짜를 발효 통에 기록했다. 완성된 통은 전시 기간 양조장에 남아 장소의 역사와 현재의 참여를 연결한다. 전시 마지막 날인 11월 8일에는 참가자들이 자신이 빚은 술을 찾아가게 된다.

금속 격자에 비친 도시의 기억

정정주 작가의 27개의 방 C2026-01은 2019년부터 이어온 연작이다. 도시 건축물의 이미지가 금속 격자를 통해 반사되고 왜곡되며, 보는 행위와 보이는 장면 사이에 환영을 만들어내는 영상 설치 작품이다.

작품에는 1970년대와 1980년대 개발 시대 중산층의 삶을 상징했던 양옥집의 건축 요소가 등장한다. 경사진 지붕과 아치형 창문, 발코니, 담장과 대문의 이미지가 도시 곳곳의 식물과 나란히 놓인다.

인간이 만든 주거 공간의 형태와 그 주변에서 자라나는 식물이 함께 제시되면서 도시의 기억은 하나의 고정된 모습으로 남지 않는다. 격자를 통과하며 흔들리는 이미지처럼 건축과 자연, 과거와 현재가 서로 겹치고 갈라진다.

행성의 시간을 품은 숲

유명균 작가의 화석화된 숲 2609는 우주의 시간과 지구의 출현, 지구 역사에서 수많은 생명체가 나타나고 사라진 과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의 형태는 지구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자연의 무한한 에너지를 암시한다. 오랜 시간 축적된 지층과 변화의 흔적을 떠올리게 하며 지질학적 현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개인의 삶보다 훨씬 긴 행성의 시간을 다룬 이 작품은 인간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을 나란히 바라보게 한다. 오래된 양조장의 벽면과 구조물 사이에 놓여 공간에 축적된 시간과도 연결된다.

식물이 남긴 강의 기록

안드레아 세구라스 작가의 깊은 강은 고요히 흐른다는 현장 특정적 프로젝트의 일부다. 목화 종이에 식물을 활용한 에코 프린팅 기법으로 제작됐다.

작품에는 우루밤바강 유역의 서로 다른 고도에서 채집한 식물이 사용됐다. 해발 3천 미터에서 채집한 페루산 키위차와 퀴노아, 감자 잎 등도 포함됐다. 식물의 형태와 흔적이 종이에 남으면서 강 유역의 환경과 고도에 따른 생태적 차이가 한 작품 안에 기록된다.

식물을 단순한 그림의 소재로 옮긴 것이 아니라 실제 식물이 지닌 색과 자국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자연의 흔적이 곧 작품의 표면을 이룬다.

생명을 키우는 조용한 빛

홍일화 작가의 볕뉘 0827은 나뭇잎 사이로 아른거리며 출렁이는 햇살을 주제로 삼았다. 볕뉘는 이 같은 빛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옛사람들은 이 조용한 빛을 만물을 키우는 하늘의 은혜이자 공덕으로 여겼다. 작은 씨앗 하나가 빛과 물, 흙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나 큰 자연을 이루는 과정은 자연이 보여주는 근원적인 경이로 연결된다.

작품은 볕뉘의 흔들림을 통해 생명이 숨 쉬고 성장하도록 돕는 자연의 섭리와 그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비엔날레 제목에 등장하는 햇볕과도 맞닿으며 전시 전체의 주제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나뭇가지에 걸린 삶의 찰나

이말용 작가의 걸쳐진 시간은 익숙하지 않은 도시에 선 이방인의 시선에서 삶을 바라본다. 나뭇가지에 무심히 걸쳐진 외투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삶을 형상화했다.

옷은 사람의 몸을 감싸지만 작품 속에서는 몸을 떠나 나뭇가지 위에 남는다. 잠시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인간의 삶이 걸쳐진 옷의 모습으로 표현되며, 찰나와 같은 인생의 시간과 쓸쓸한 정서를 함께 전한다.

식물 섬유로 엮은 둥지

구닐라 오스베리 작가의 둥지는 오랫동안 여러 새의 둥지를 관찰하고 연구한 경험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건조한 환경을 견디는 아카시아 나무에서 위버새가 둥지를 짓는 모습을 관찰했다.

위버새는 주변의 풀과 약초를 이용해 정교하고 독특한 형태의 둥지를 만든다. 작가 역시 새가 둥지를 엮듯 식물 섬유를 재료로 작업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둥지는 기억과 꿈, 비밀을 품는 캡슐이자 외부의 시선에서 벗어난 은밀한 장소를 뜻한다.

자연 속 생명체의 건축 방식이 인간의 예술 행위로 이어지는 작품으로, 관찰과 모방을 넘어 기억을 보관하는 공간의 의미까지 담았다.

양조장 뒤편에서 만나는 세상의 영혼

실내 전시를 지나면 건물 뒤편의 야외 전시 공간으로 동선이 이어진다. 오래된 산업시설의 거친 내부와 달리 이곳에서는 자연광과 식물이 작품을 둘러싼다. 햇빛과 날씨에 따라 작품이 보이는 방식과 주변 분위기도 달라진다.

몰비 작가의 세상의 영혼은 인간의 형상을 한 작품이다. 자신이 탐구하는 이유를 비로소 깨닫고 미래를 향해 역동적으로 나아가는 순간을 포착했다.

전시의 마지막 구간에 배치된 인간 형상은 도시와 자연, 과거와 현재를 거쳐 앞으로 움직이는 존재를 보여준다. 구 공주양조장에 남은 시간의 흔적과 야외의 자연환경이 함께 어우러지며 관람 동선을 마무리한다.

무료 전시해설 운영

2026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구 공주양조장 전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슨트 전시해설을 운영한다. 평일에는 오후 1시 30분, 주말에는 오후 1시 30분과 오후 3시 30분에 진행된다. 회차별 참여 인원은 선착순 최대 10명이다.

  • 평일 해설 오후 1시 30분
  • 주말 해설 오후 1시 30분, 오후 3시 30분
  • 운영 기준 회차별 선착순 최대 10명
  • 관람료 무료

관람 전 확인할 내용

구 공주양조장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전시 종료일은 2026년 11월 8일이다.

관람 범위는 양조장 실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입구와 야외 공간, 건물 뒤편까지 작품이 이어지므로 전체 동선을 따라 살펴보면 도시자연미술이라는 전시 주제를 더욱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래된 양조장의 산업유산과 국내외 작가들의 자연미술이 만난 이번 전시는 공주 원도심을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공원의 자연을 전시장으로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 안에 이미 존재하는 빛과 식물, 건축과 기억을 작품의 조건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전시 장소 정리

  1. 구 공주양조장 충청남도 공주시 감영길 22
  2. 자연미술관 Ko 공주시 왕도심 전시 공간
  3. 제민천 일원 공주 원도심을 따라 이어지는 전시 구간

2026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17개국 작가들이 바라본 자연과 도시의 관계를 공주의 역사적 공간 안에서 펼쳐 보인다. 양조장의 발효와 노동, 오래된 양옥집의 기억, 행성의 시간, 식물의 흔적, 나뭇잎 사이 햇살과 새의 둥지까지 서로 다른 이야기가 하나의 전시 동선으로 연결된다.

공주의 오래된 도심은 단순한 전시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장소에 축적된 시간이 작품의 의미에 더해지고, 자연광과 날씨가 전시의 표정을 바꾼다. 도시 한가운데서 자연을 다시 발견하게 하는 무료 국제 자연미술 전시가 11월 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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