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천년을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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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천년을 펼치다

국립공주박물관이 개관 80주년을 맞아 특별전 ‘한국의 영산, 계룡산’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계룡산에 축적된 역사와 종교문화, 산을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을 조명하며 지역에서 염원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다.

무령왕릉과 왕릉원 출토 유물, 웅진 백제의 역사를 소개해 온 국립공주박물관이 이번에는 공주를 대표하는 산인 계룡산으로 시선을 넓혔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대형 산 그림과 화려한 연출이 관람객을 맞는다. 야외에서 바라보던 산을 박물관 안으로 옮겨 놓은 듯한 구성이 계룡산의 또 다른 면모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여러 믿음이 모인 영성의 산

1부 ‘영성의 산’은 계룡산을 하나의 관점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계룡산은 국가가 제사를 지낸 산이면서 불교문화가 뿌리내린 공간이었다. 도참과 예언에 관한 옛이야기, 산신을 향한 민간의 믿음도 산 곳곳에 겹겹이 쌓였다.

계룡산은 오래전부터 신성한 산으로 인식됐다. 신라 시대에는 국가가 제사를 지내던 다섯 개의 큰 산인 오악 가운데 서쪽을 담당하는 ‘서악’으로 불렸다. 조선 시대에는 묘향산과 지리산 사이의 중앙에 자리한 산이라는 의미로 ‘중악’이라 불렸다.

조선 말기에는 고종과 명성황후에 의해 신원사 중악단이 중건됐다. 중악단은 묘향산의 상악단, 지리산의 하악단과 함께 삼악단으로 일컬어진 제단 가운데 하나다. 현재는 중악단만 유일하게 남아 계룡산의 역사적 위상을 보여준다.

중악단 지붕에 담긴 벽사의 뜻

중악단은 일반적인 사찰 건물과 다른 건축 요소를 갖추고 있다. 궁궐의 추녀마루에서 볼 수 있는 잡상이 지붕 위에 놓여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전시장에서는 중악단 지붕 위에 배치된 다섯 개의 잡상을 살펴볼 수 있다. 잡상에는 정해진 순서가 있으며, 전시에서는 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으로 이어지는 형상을 소개한다. 이 잡상들은 잡귀를 물리치고 재앙을 막는 벽사의 기능을 지닌 것으로 설명된다.

중악단은 계룡산이 국가 제사의 공간이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당시의 건축과 신앙이 어떻게 결합했는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흔적이다.

불교와 유교가 남긴 문화

계룡산에 남은 신앙의 역사는 중악단에만 머물지 않는다. 갑사와 신원사, 동학사에서는 오랜 시간 이어진 불교문화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사찰과 관련 유물은 계룡산이 수행과 신앙의 중심지로 기능해 온 과정을 보여준다.

계룡산 인근 공주시 반포면의 충현서원과 동학사 숙모전에는 유교적 추모의 역사도 남아 있다. 서로 다른 전통이 한 산을 중심으로 공존했다는 점에서 계룡산의 문화적 폭을 확인할 수 있다.

신도안 일대에는 새로운 세상을 기다리던 신흥종교와 무속신앙의 자취가 자리한다.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산을 찾아 각자의 이야기를 남겼다. 전시는 이러한 흔적을 통해 계룡산이 특정 종교나 하나의 믿음으로만 규정하기 어려운 산이라는 사실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산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

2부 ‘산과 사람’에서는 산 자체에서 산 주변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로 초점이 이동한다. 문헌과 기록에 나타난 계룡산의 모습을 살피고, 산기슭의 학봉리 가마에서 제작된 분청사기를 함께 만날 수 있다.

학봉리 가마에서 나온 분청사기는 자유롭게 표현된 무늬가 두드러진다. 도자기 표면에 펼쳐진 꾸밈과 붓놀림은 계룡산 주변에서 형성된 도자문화를 구체적으로 전한다. 산을 신앙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산기슭에서 이어진 생산과 생활의 흔적까지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됐다.

계룡산성에서는 유물이 계속 출토되고 있다. 전시는 관련 자료를 통해 계룡산 일대에서 이어진 사람들의 활동과 역사를 조명한다. 기록과 유물, 도자기가 한 공간에 놓이면서 계룡산은 자연경관을 넘어 오랜 삶의 무대로 나타난다.

영상으로 만나는 계룡산 자연

3부에서는 계룡산의 자연환경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화면에 산의 풍경이 펼쳐지면서 앞선 전시에서 다룬 국가 제사와 사찰, 여러 믿음과 산 주변 사람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전시장을 채운 산의 영상은 관람객들이 계룡산의 자연과 역사문화를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도록 돕는다. 익숙한 산의 풍경 뒤에 국가 의례와 종교, 도자문화, 생활사가 함께 쌓여 있다는 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별전이 보여주는 계룡산은 오랜 세월 서로 다른 사람들의 믿음과 삶을 품어 온 ‘한국의 영산’이다. 국립공주박물관은 계룡산이 지닌 여러 층위의 가치를 전시로 풀어내며, 그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관람객과 공유한다.

전시 관람 정보

전시명국립공주박물관 특별전 ‘한국의 영산, 계룡산’
전시 장소국립공주박물관
소재지충청남도 공주시 관광단지길 34
전시 기간2026년 9월 22일부터 2027년 3월 1일까지
관람 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관일월요일
관람료무료

전시는 총 3부에 걸쳐 계룡산의 영성과 역사, 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람들의 생활문화, 자연경관을 차례로 소개한다. 관람객은 중악단과 사찰, 유교적 추모 공간, 신흥종교와 무속신앙의 흔적을 살핀 뒤 학봉리 분청사기와 계룡산성 유물, 자연 영상으로 이어지는 전시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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