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곡 도란도란에서 만난 복숭아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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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곡 도란도란에서 만난 복숭아의 여름

가야곡 도란도란에서 만난 복숭아의 여름

여름철 과일 하면 흔히 수박이 떠오르지만, 그보다 더 매력적인 과일로 복숭아가 있습니다. 복숭아는 딱딱한 ‘딱딱이’와 부드러운 ‘물렁이’로 나뉘며, 맛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딸기로 유명한 논산 지역에서 복숭아를 구매하기 위해 가야곡을 찾았습니다.

가야곡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눈에 띕니다. 시간표 옆에는 논산 11경을 담은 포스터가 붙어 있어 이 마을의 소박한 일상을 느끼게 합니다. 버스 번호 159, 161, 163이 이곳의 하루를 조용히 이어갑니다. 도시에서는 쉽게 지나칠 풍경들이 이곳에서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듯합니다.

가야곡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가야실’에서 유래했습니다. 원래 은진군에 속했던 이 지역은 1914년 행정구역 개편을 거쳐 여러 마을을 아우르는 가야곡면이 되었습니다. 이름 속에는 사라진 군현의 경계와 합쳐진 마을들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마을 안쪽에는 ‘가야곡 도란도란 세대공감 교류센터’라는 새 건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도란도란’이라는 이름은 작지만 오래 이어지는 대화와 세대 간 소통을 의미합니다. 이곳은 주민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센터 1층에는 공유주방, 공동체활성화공방, 동아리실, 주민사랑방, 사무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2층에는 공연과 강연, 영화 상영이 가능한 문화공감홀, 마을학교, 북카페가 있습니다. 북카페에는 아이들 눈높이의 그림책이 가득하며, 창가 아래 긴 평상도 놓여 있습니다. 별관에는 배드민턴과 탁구를 즐길 수 있는 다목적체육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야곡면사무소는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로, 행정의 오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새로 지어진 도란도란 센터와 대비를 이루며 마을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가야곡과 인접한 육곡리는 매봉산과 태봉산이 마을을 감싸고, 배산임수의 지형으로 백제시대부터 고을이 있었던 유서 깊은 곳입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학문을 닦던 행림서원이 있으며, 명성황후의 친정인 여흥 민씨 집안에서 대대로 빚어 왕실에 올린 가야곡왕주도 이곳 암반수로 만들어집니다.

논산문화예술전문학교는 강청리 안쪽에 위치해 있으며, 폐교를 활용해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이처럼 지방 폐교의 새로운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도 엿볼 수 있습니다.

가야곡에서 생산된 복숭아는 로컬푸드 장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노란 종이에 하나씩 감싸인 복숭아는 아랫볼이 붉게 물들어 향기롭고 먹음직스럽습니다. 복숭아는 배수가 좋은 땅과 충분한 햇볕이 있어야 단맛을 내는데, 가야곡의 자연환경이 그 조건을 충족시켜 왔습니다.

강청리의 이름 변화처럼, 마른 내가 맑은 물로 바뀌며 이 지역의 복숭아와 왕주가 자라났다는 이야기는 이름과 자연, 열매가 하나로 이어지는 의미를 전합니다.

가야곡을 걸으며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여러 시간이 겹쳐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란도란’이라는 이름이 정겹게 들리는 날, 한여름의 복숭아를 맛보며 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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