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첫 국제 크루즈, 관광 새 지평 열다

서산 대산항에 첫 국제 크루즈선 입항
지난 6월 27일, 중국 톈진에서 출발한 10만t급 국제 크루즈선 '비지오호'가 서산 대산항에 처음으로 기항했다. 이 크루즈선에는 1500명 이상의 중국 관광객이 탑승해 서산 관광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해외에서 출발한 국제 크루즈가 서산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역 관광계에 적지 않은 질문과 기대를 남겼다.
서산, 바다를 넘어 문화와 역사의 길목
서산은 단순한 바다와 먹거리의 도시를 넘어선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바닷길을 통해 외부 문물이 유입되던 역사적 고장이다. 백제 후기, 약 1400년 전 중국에서 건너온 불교문화가 이 바닷길을 지나 백제 중심부로 전해졌다. 서산과 중국의 깊은 인연은 고운 최치원이라는 인물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최치원과 서산의 역사적 연결고리
서산 지곡면 부성사에는 신라의 지식인 최치원을 기리는 제향이 봉행되고 있다. 최치원은 어린 나이에 당나라로 건너가 과거에 급제하고 벼슬을 지낸 인물로, 신라 사회에서 뜻을 펼치지 못하고 지방관으로 나서 서산 부성군에서 활동했다. 그의 흔적은 서산뿐 아니라 중국 장쑤성 양저우시의 기념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서산이 변방이 아닌, 바다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던 중요한 거점임을 보여준다.
국보급 문화유산, 백제의 미소 마애삼존불
서산 운산면 용현리에 위치한 마애여래삼존상은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국보급 문화유산이다. 이 불상은 중국에서 전해진 불교문화가 백제 장인의 손길을 거쳐 부드러운 얼굴로 탄생한 작품이다. 서산은 단순한 바닷길의 종착지가 아니라, 외래 문화가 머물고 융합된 장소임을 이 불상이 증명한다.
아라메길, 바다와 산을 잇는 문화의 실크로드
서산에는 바다와 산, 마을과 유적을 연결하는 아라메길이 있다. '아라'는 바다, '메'는 산을 뜻하며, 이 길은 마애삼존불에서 보원사지, 개심사로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불상, 절터, 산사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루며 서산의 역사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어져 왔음을 보여준다.
천수만 서산버드랜드, 동아시아 생태의 길
서산의 천수만은 철새들이 국경을 넘어 쉬어가는 중요한 기착지다. 서산버드랜드는 이 생태의 시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시베리아와 만주, 중국 동북부를 잇는 철새 이동 경로의 핵심 지점이다. 이곳은 서산과 중국이 항구나 문화유산뿐 아니라 자연 생태로도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한다.
서산의 맛, 바다를 건너갈 K푸드
서산은 생강과 6쪽마늘의 고장으로, 이들 작물은 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해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전해진 역사를 지닌다. 또한 가로림만의 감태, 굴, 어리굴젓, 팔봉산 감자 등은 서산의 지역 특산물로서 한국의 K푸드를 대표한다. 이 맛들은 서산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바다와 산, 갯벌의 풍미를 전하며 여행의 기억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대산항 시대, 서산 관광의 새로운 과제
비지오호의 대산항 입항은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의 시작이다. 이에 서산은 단순히 관광지 이름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최치원, 마애삼존불, 아라메길, 서산버드랜드 등 각 명소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전할 준비가 필요하다. 다국어 안내문 제작과 함께, 서산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산시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수목원 조성과 치유센터, 치유숲길 등 치유의 숲 조성 사업도 추진 중이다. 바다와 산, 문화유산과 먹거리, 그리고 숲의 시간이 어우러진 서산은 이제 단순한 기항지를 넘어 머물고 싶은 관광도시로 거듭날 전망이다.
크루즈선이 항구에 들어오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관광객의 시선과 이야기가 서산에 들어오고 있다. 이미 열려 있던 바닷길 위에서, 서산은 그 풍부한 역사와 생태, 맛과 문화를 제대로 전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