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탑사 천년의 숨결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면 상왕산 자락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영탑사는 오랜 역사와 여러 불교문화유산을 간직한 전통 사찰이다. 전각과 불상, 불화, 범종, 석탑이 서로 다른 시대의 흔적을 전하며, 오래된 나무와 소나무가 경내를 감싸 차분한 풍경을 이룬다.
영탑사는 통일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여러 시대에 걸쳐 중수와 보수가 이어졌으며, 오늘날까지 당진 지역의 불교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사찰의 역사는 하나의 건축물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웅전과 비로전, 유리광전, 칠층석탑을 차례로 살펴보면 시대마다 달라진 불교미술과 문화유산 보존의 흐름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상왕산 자락에 자리한 전통 사찰
영탑사 경내에서는 산자락의 지형을 따라 전각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주변에는 오래된 나무와 소나무가 자리해 건물과 문화유산을 자연스럽게 둘러싼다. 계절에 따라 나뭇잎의 빛깔과 경내로 들어오는 햇빛이 달라지면서 사찰 풍경도 조금씩 변한다.
전각 사이의 길을 천천히 따라가면 목조 건축물과 석조 문화유산, 자연 암반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문화유산을 관람하는 동선과 산자락 사찰의 자연 풍경이 함께 이어진다는 점이 영탑사의 특징이다.
사찰의 중심인 대웅전과 범종
경내에서 먼저 살펴볼 공간은 사찰의 중심 법당인 대웅전이다.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예불을 올리는 전각으로, 전통 사찰의 신앙생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건물의 구조와 장식에서는 전통 법당이 지닌 건축적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대웅전 내부에는 조선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 영탑사 범종이 있다. 범종은 예불과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의식구다. 종소리에는 부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웅전과 범종을 함께 살펴보면 사찰의 예불 공간과 전통 공예가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
비로전의 고려 시대 삼존불
비로전에는 보물로 지정된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이 봉안돼 있다. 고려 시대 불교 조각인 이 불상은 비로자나불을 중심에 두고 양옆에 협시보살을 배치한 삼존불 형식이다. 본존불은 팔각형 연꽃무늬 대좌 위에 앉아 있으며, 좌우 보살상과 함께 조형적인 균형을 이룬다.
이 삼존좌상은 과거 인법당에 봉안돼 있었다. 이후 문화유산을 보다 안전하게 보존하고 관람할 수 있도록 별도의 보호 공간인 비로전이 건립됐고, 2024년 이운·봉안됐다. 비로전은 고려 시대 불교 조각을 전하는 장소인 동시에 문화유산의 보존 환경이 변화해 온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불상의 재료와 삼존불 배치, 연꽃무늬 대좌를 차례로 살피면 고려 시대 불교 조각의 구성과 표현 방식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본존불과 협시보살이 하나의 장면을 이루는 구조에도 주목할 만하다.
41년 만에 돌아온 제석천룡도
비로전에는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과 함께 영탑사 제석천룡도가 봉안돼 있다. 제석천룡도는 조선 후기인 18세기 후반에 제작된 불화다. 화면에는 제석천과 범천, 천룡 등 불법을 수호하는 신중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 불화는 1984년 도난당한 뒤 2025년 약 41년 만에 환수돼 영탑사로 돌아왔다. 섬세하게 표현된 인물과 전통 불화의 색채를 통해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고려 시대 삼존불과 조선 후기 불화가 한 전각에 봉안돼 있어 서로 다른 시대의 불교미술을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자연 암벽에 새긴 약사여래상
비로전에서 이동하면 유리광전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중생의 질병과 고통을 덜어주는 부처로 알려진 약사여래상이 모셔져 있다. 영탑사의 약사여래상은 별도로 제작한 불상을 전각 내부에 옮겨 놓은 형태가 아니다. 자연 암벽에 직접 새긴 고려 시대 마애불이라는 점에서 뚜렷한 특징을 지닌다.
약 1.8m 높이의 약사여래상은 큰 자연 암석과 한 몸처럼 이어져 있다. 유리광전은 신앙 공간인 동시에 이 마애불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건물 내부에서 자연 암벽과 불상이 맞닿은 모습을 살펴보면 마애불의 조성 방식과 보호 공간의 기능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영탑사 이름을 전하는 칠층석탑
유리광전 뒤편 언덕에는 영탑사의 이름과 관련이 있는 칠층석탑이 자리한다. 이 석탑은 자연 암반 위에 세워졌으며, 처음에는 오층으로 조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1911년 중수 과정에서 두 층이 더해져 현재의 칠층석탑 형태가 됐다고 한다.
탑신과 지붕돌이 층층이 쌓인 모습뿐 아니라 자연 암반을 기단처럼 활용한 구조도 살펴볼 만하다. 별도의 평탄한 공간을 크게 조성하기보다 주변 지형을 이용해 탑을 세운 특징이 드러난다. 유리광전과 칠층석탑은 가까운 곳에 자리해 마애불과 석탑을 한 동선에서 관람할 수 있다.
건축과 불교미술이 잇는 시간
영탑사의 문화유산은 각각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대웅전과 범종은 사찰의 예불과 의식 문화를 보여주고, 비로전의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은 고려 시대 불교 조각의 면모를 전한다. 제석천룡도에서는 조선 후기 불화의 인물 표현과 색채를 확인할 수 있으며, 유리광전의 약사여래상은 자연 암벽을 활용한 마애불의 특징을 보여준다. 언덕 위 칠층석탑에는 조성과 중수의 시간이 함께 남아 있다.
- 대웅전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예불을 올리는 중심 법당
- 범종 조선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 불교 의식구
- 비로전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과 제석천룡도를 봉안한 공간
- 유리광전 고려 시대 마애 약사여래상을 보호하는 전각
- 칠층석탑 자연 암반 위에 세워져 현재 일곱 층의 모습을 갖춘 석탑
각 문화유산은 제작 시기와 재료, 기능이 서로 다르지만 영탑사라는 한 공간 안에서 당진 지역의 불교문화와 전통 사찰의 역사를 이어준다. 전각을 차례로 둘러본 뒤 주변의 나무와 산자락 풍경까지 살피면 사찰의 건축, 불교미술, 자연환경이 맺는 관계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영탑사 위치
| 명칭 | 대한불교조계종 영탑사 |
| 소재지 |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면 성하로 139-33 |
| 주요 문화유산 | 범종,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 제석천룡도, 약사여래상, 칠층석탑 |
상왕산 자락에 자리한 영탑사는 오래된 사찰 건축과 고려·조선 시대 불교미술, 자연 암반과 나무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서로 다른 시대의 문화유산이 한 경내에서 이어지며 영탑사가 지나온 긴 시간을 차분하게 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