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섬이 예술로 뜬다

박수현 충남도지사가 태안 격렬비열도와 보령 고대도·원산도를 잇달아 방문해 격렬비열도항 개발 현황과 2027 섬비엔날레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서해 영토 수호와 선박 안전을 위한 항만 개발부터 24개국 작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미술행사 준비까지, 충남 섬 정책의 주요 현장을 연이어 살핀 일정이었다.
격렬비열도항 개발 현장 점검
박 지사는 10일 태안 격렬비열도를 시작으로 보령 고대도와 원산도를 차례로 찾았다. 첫 방문지인 격렬비열도에서는 항만 건설 추진 상황과 섬의 관리 현황을 보고받고, 북격렬비도 유인 등대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격렬비열도는 태안 안흥항에서 서쪽으로 55㎞ 떨어진 곳에 있다. 섬들이 새가 줄지어 날아가는 모습처럼 보인다는 데서 이름이 붙었으며, 북격렬비도·서격렬비도·동격렬비도와 부속 도서로 구성돼 있다. 전체 면적은 51만 4603㎡로, 독도 면적 18만 7554㎡의 약 2.7배다.
북격렬비도에는 유인 등대와 서해종합기상관측기지가 설치돼 있다. 등대에서는 근무자 4명이 두 개 조로 나뉘어 15일씩 교대 근무하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 자리한 등대와 관측 시설은 격렬비열도의 지리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격렬비열도는 2022년 7월 국가관리연안항인 격렬비열도항으로 지정됐고, 지난해 9월 항만기본계획에 최종 고시됐다. 현재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이 진행되고 있으며, 항만 개발 완료 목표 시점은 2030년이다.
충남도는 격렬비열도항이 완공되면 국토 수호를 뒷받침하는 거점 항만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긴급 상황에서 선박이 피항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해경과 어업지도선의 출동 거리를 줄여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는 효과도 예상하고 있다.
서해 영토 기점의 전략적 가치
서해 중부 최서단에 있는 서격렬비도는 우리나라 서해 영해 12해리와 배타적 경제수역 200해리의 범위를 결정하는 영해 기점이다. 격렬비열도가 단순한 섬을 넘어 해양 영토와 주권의 기준점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북격렬비도는 국가 소유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상주하며 등대를 관리하고 있다. 반면 동격렬비도와 서격렬비도는 사유지다. 과거 중국인이 이들 섬을 매입하려 했던 일이 있었으며, 이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박 지사는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동격렬비도와 서격렬비도의 국가 매입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충남도지사로서 2023년 이후 3년 만에 이뤄진 격렬비열도 현장 점검이다.
박 지사는 격렬비열도를 ‘서해의 독도’, ‘서해의 영토 기점’,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표현하며 격렬비열도와 북격렬비도 등대를 지키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아울러 민선 9기 안에 충남 도내 37개 유인도서를 모두 방문하기로 하고 관련 부서에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2027 섬비엔날레 준비 본격화
격렬비열도 점검을 마친 박 지사는 고대도로 이동해 2027 섬비엔날레 준비 상황을 보고받았다. 그는 섬비엔날레를 계기로 충남의 섬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2027 섬비엔날레는 충남도와 보령시가 주최하고 섬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주관한다. 행사는 2027년 4월 3일부터 5월 30일까지 두 달 동안 원산도와 고대도 일원에서 열린다. 주제는 ‘움직이는 섬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다.
행사에는 24개국의 작가 70명 또는 팀이 참여할 예정이다. 충남 출신 작가인 최평곤, 김인중·김억중을 비롯한 국내 작가 30여 명과 네덜란드의 로프 스베이러, 독일·한국 듀오인 아뜰리에 JAK 등 국외 작가 30여 명이 참여 명단에 포함됐다.
참여 작가들은 모두 80점의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전시 장르는 조각과 설치, 회화, 미디어, 퍼포먼스 등으로 구성된다. 한정된 실내 전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섬 곳곳의 공간을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원산도와 고대도 전체가 전시장
주전시장은 원산도 섬문화예술플랫폼이다. 이와 함께 원산도와 고대도의 빈집, 유휴 공간, 백사장, 해안 도로도 작품 전시 장소로 활용된다. 생활의 흔적이 남은 공간과 해안 경관 속에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배치되면서 두 섬의 여러 장소가 전시장으로 연결될 예정이다.
고대도에서는 해양문화체험관과 칼 귀츨라프 기념공원이 주요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박 지사는 두 시설을 찾아 섬비엔날레 작품 전시 계획을 살폈으며, 보령시가 마련한 기념공원 정비 사업 계획도 보고받았다.
현장 점검은 원산도 섬문화예술플랫폼으로 이어졌다. 박 지사는 플랫폼 건립 추진 상황과 주요 전시 계획을 확인했다.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서는 건축 공간과 향후 전시 구성이 함께 검토됐다.
섬문화예술플랫폼은 9886㎡ 부지에 연면적 3989㎡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완공 이후에는 2027 섬비엔날레의 주전시장으로서 원산도와 고대도 일대의 여러 전시 공간을 잇는 중심 역할을 맡게 된다.
항만과 문화예술을 함께 살핀 일정
이번 현장 방문은 격렬비열도항 개발과 섬비엔날레 준비라는 두 축으로 진행됐다. 격렬비열도에서는 국토 수호, 선박 안전, 불법 조업 대응을 뒷받침할 항만 사업이 집중적으로 점검됐다. 고대도와 원산도에서는 국제 미술행사에 필요한 전시장 조성과 공간별 작품 배치 계획이 살펴졌다.
서해 최서단 섬의 안전 기반을 다지는 사업과 충남의 섬을 국제적인 문화예술 무대로 조성하는 준비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충남도는 2030년 격렬비열도항 개발 완료를 목표로 설계를 진행하는 한편, 2027년 봄 원산도와 고대도에서 열릴 섬비엔날레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격렬비열도항 개발 관련 공개 문의는 충남도 해양수산국 해운항만과가 담당하며, 전화번호는 041-635-4826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