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황토고구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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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황토고구마의 힘

당진 황토밭이 키운 가을의 단맛

해마다 새로운 먹거리가 주목받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간식도 있다. 고구마가 대표적이다. 그대로 쪄도 좋고 천천히 구워도 맛있어 세대를 가리지 않고 찾는다. 특히 고운 황토에서 자란 고구마는 높은 당도와 포슬포슬한 식감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충남 서북부에 자리한 당진은 서해를 끼고 있는 지역이다. 바다에서 건너온 바람이 밭을 지나고, 붉은 황토가 길게 이어진다. 축제 측은 당진 황토를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 숨 쉬는 땅으로 소개한다. 이곳에서 생산한 고구마의 단맛과 식감도 축제의 주요 자랑거리로 내세운다.

당진 황토고구마의 특징은 지역의 토양과 농업, 수확의 계절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는 데 있다. 밭에서 고구마를 직접 캐고, 갓 구운 고구마를 맛보고, 지역 농산물까지 살펴볼 수 있어 작물의 생산 과정과 먹는 즐거움을 함께 경험하게 한다.

용두길을 따라 만나는 체험 밭

2026년 10월 3일 개천절 아침, 용두길 표지판 인근 밭머리에는 황토고구마 캐기 체험장으로 향하는 길을 알리는 노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도로에는 차량 행렬이 이어졌고, 현수막 뒤편으로는 붉은 흙이 이랑을 이루며 길게 펼쳐졌다. 밭 끝에서는 붉은 벽돌 건물의 첨탑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다.

휴일을 맞아 체험장을 찾은 사람들은 땅을 열고 그 안에서 자란 고구마를 꺼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고, 아이와 어른이 한 이랑 앞에 나란히 자리를 잡는 모습이 이어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흙더미처럼 보이지만 몇 차례 흙을 걷어내면 붉은 고구마 껍질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구마가 발견될 때마다 밭 곳곳에서는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고구마는 열매가 아닌 덩이뿌리

식탁에서 흔히 만나는 고구마는 열매가 아니다. 뿌리가 굵게 부풀어 형성된 덩이뿌리다. 따라서 뿌리가 뻗는 토양의 상태는 고구마의 모양과 식감에 밀접하게 연결된다.

돌이 많고 거친 땅에서는 뿌리가 자유롭게 뻗기 어렵다. 고구마의 모양이 뒤틀리거나 섬유질이 질겨질 수 있다. 반면 입자가 곱고 부드러운 황토에서는 뿌리가 비교적 막힘없이 자라며 몸집을 키운다. 매끈하고 붉은 껍질을 가진 고구마가 자라기 좋은 환경으로 황토가 꼽히는 이유다.

고구마에게 흙은 단순한 재배 공간이 아니라 모양과 식감을 만들어 내는 성장 기반이다. 당진의 붉은 황토와 황토고구마가 함께 언급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해나루 이름으로 이어지는 지역 농업

해나루는 당진시가 사용하는 농특산물 공동 브랜드다. 해나루쌀과 해나루 황토감자에 이어 고구마도 같은 이름 아래 소개되고 있다. 서로 다른 농산물이 하나의 지역 브랜드로 묶이면서 당진 농업의 특징을 함께 보여준다.

황토고구마축제는 2018년 처음 열렸으며 2026년 아홉 번째 행사를 맞았다. 주최는 고대농업협동조합이다. 행사장인 당진종합운동장도 고대면에 자리해 축제와 지역 농업의 연결성을 드러낸다.

행사장 한가운데에는 고구마 캐릭터 풍선이 손을 흔드는 모습으로 설치돼 방문객을 맞았다. 받침대에 일부 가려진 글자에서는 ‘호풍’이라는 이름이 보였다. 축제 현장은 고구마 품종과 재배 농가, 지역 공동 브랜드가 한 공간에서 소개되는 자리로 꾸며졌다.

구황작물에서 축제의 주인공으로

고구마가 한반도에 들어온 시기는 1760년대로 알려져 있다.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온 조엄이 대마도에서 종자를 보내온 것이 시작으로 전해진다.

척박한 땅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고 한 포기에서 여러 개를 수확할 수 있는 고구마는 흉년을 견디는 구황작물로 역할을 했다. 배고픔을 버티게 해 준 작물이 시간이 흐른 뒤 가을 축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생존을 위한 먹거리였고, 오늘날에는 간식과 요리 재료이자 지역 농업을 알리는 작물이 됐다.

세대가 함께 채운 축제 객석

메인 무대 현수막에는 오전 10시 축제 개막을 시작으로 오전 11시 개막식, 오후 1시 무대 행사, 오후 6시 축하공연으로 이어지는 일정이 적혀 있었다.

그늘막 아래 마련된 객석은 일찌감치 관람객으로 채워졌다. 여러 트로트 가수를 응원하는 응원봉을 든 어르신 곁에는 휴대전화를 든 청년이 앉았다. 가수의 얼굴이 인쇄된 손부채도 객석 곳곳에서 흔들렸다. 어린이부터 청년, 어르신까지 한 공간에 모이면서 축제장은 특정 세대에 치우치지 않은 분위기를 보였다.

황토고구마는 체험의 주인공이었고, 공연과 장터는 서로 다른 세대가 축제에 머무를 수 있도록 현장을 채웠다.

고구마의 단맛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갓 수확한 고구마보다 며칠 동안 보관한 고구마에서 단맛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 수확한 뒤에도 고구마 안에서는 전분이 조금씩 당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굽는 과정에서도 시간은 중요하다. 낮은 온도에서 오래 구우면 고구마 속 효소가 전분을 엿당으로 바꿀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센 불로 서둘러 익힌 고구마보다 천천히 구운 고구마가 더 달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깡통 화덕 앞에서 군고구마를 느긋하게 익히던 방식에도 고구마의 단맛을 끌어내는 시간이 담겨 있다.

고구마의 식감은 종류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밤처럼 포슬포슬한 분질 고구마가 있는가 하면 호박처럼 촉촉한 점질 고구마도 있다. 선호하는 식감은 달라도 뜨거운 고구마의 껍질을 벗길 때 올라오는 김과 노란 속살은 가을 간식 특유의 풍경을 만든다.

상처 없이 캐는 고구마 체험 요령

체험장은 붉은 줄과 흰 줄을 이용해 구획을 나눴다. 참가자들은 지정된 이랑 앞에 쪼그려 앉았고, 아이들은 호미를 들었다. 어른들은 상자를 가까이 끌어와 흙에서 나온 고구마를 차례로 담았다.

고구마를 캘 때는 먼저 줄기의 밑동을 찾고 그 주변의 흙을 손으로 덜어내는 것이 좋다. 호미를 고구마 바로 위에 넣으면 껍질이나 몸통에 상처가 날 수 있다. 고구마에서 한 뼘가량 떨어진 옆부분에 호미를 비스듬히 넣어 흙부터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야 한다.

고구마 끝부분이 보이더라도 바로 잡아당기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주변 흙을 충분히 걷어내지 않으면 고구마가 중간에서 부러질 수 있다. 상처가 난 고구마는 오래 보관하기 어려우므로 전체 모양이 드러날 때까지 흙을 덜어낸 뒤 천천히 들어 올리는 방식이 알맞다.

  • 줄기 밑동을 먼저 확인한다.
  • 고구마 주변의 흙을 손으로 걷어낸다.
  • 호미는 고구마에서 한 뼘 정도 떨어진 곳에 비스듬히 넣는다.
  • 고구마가 충분히 드러난 뒤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다.
  • 흙과 옷의 오염에 대비해 장화와 면장갑, 어린이 여벌 옷을 준비한다.

수확한 고구마를 보관하는 방법

밭에서 가져온 고구마는 바로 물로 씻지 않는 것이 좋다. 흙이 묻은 상태로 신문지에 싸서 서늘한 곳에 두면 된다. 냉장고는 고구마를 보관하기에 지나치게 낮은 온도의 공간이다.

수확 과정에서 상처가 난 고구마는 따로 살펴보고 먼저 먹는 편이 좋다. 온전하게 수확한 고구마는 흙이 묻은 채로 보관하며 시간을 두면 단맛이 한층 깊어진다. 밭에서의 수확이 끝난 뒤에도 고구마의 맛이 자리 잡는 과정은 계속되는 셈이다.

고구마로 넓어진 체험의 범위

황토고구마 체험은 밭에서만 진행되지 않았다. 행사장 쟁반에는 갓 구운 고구마가 놓였고, 장갑을 낀 손이 뜨거운 고구마를 하나씩 집어 들었다. 껍질이 갈라진 자리에서는 노란 속살이 드러났다.

한쪽 천막에서는 어린이들이 비닐장갑을 끼고 하얀 찹쌀 반죽에 노란 고구마 소를 넣었다. 작은 손으로 반죽을 오므리고 둥글게 빚는 과정이 이어졌다. 서툰 손놀림 속에서도 고구마를 직접 음식으로 완성하는 체험에 집중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 축제에서는 고구마 떡메치기를 비롯해 고구마 피자, 고구마 라테, 고구마 고추장, 고구마 깍두기 만들기와 같은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하나의 작물이 간식과 음료, 반찬과 장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당진의 가을 장바구니를 채운 장터

직거래 장터에서는 지역 농가와 협동조합이 농산물을 직접 선보였다. 지역 양조장 부스에서는 막걸리를 소개했다. 방문객들은 황토고구마를 중심으로 당진에서 생산된 여러 먹거리를 함께 살폈다.

고구마 캐기 체험을 목적으로 행사장을 찾았다가 장터에서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축제는 고구마 수확을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공간으로 이어졌다.

한 상자에 담긴 반년의 시간

고구마는 봄에 순을 심은 뒤 여름 동안 밭에서 자라고 가을에 흙 밖으로 나온다. 당진의 고구마는 그 시간 동안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황토밭의 환경을 거친다. 수확 상자에 담긴 고구마는 몇 킬로그램의 농산물이면서 동시에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진 농사의 결과다.

수확한 뒤 곧바로 끝나는 작물도 아니다. 흙을 털어내지 않은 채 서늘한 곳에서 며칠을 더 보내며 단맛이 깊어진다. 밭에서는 천천히 몸집을 키우고, 수확 뒤에는 다시 시간을 들여 맛을 더한다.

당진 황토고구마축제가 보여준 핵심은 분명하다. 좋은 흙에서 자란 고구마와 이를 길러 낸 지역 농업, 직접 캐는 체험, 함께 맛보는 가을의 시간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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