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1000년 은행나무의 가을 이야기

금산의 천연기념물 은행나무 두 그루
가을이 깊어가는 충남 금산군에서 만난 두 그루의 은행나무는 우리나라 자연유산의 소중한 보물입니다.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와 남이면 보석사에 위치한 이 은행나무들은 각각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100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역사적인 나무들입니다.
요광리 은행나무의 위엄과 전통
요광리 은행나무는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 329-8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나무는 1962년 12월 3일 천연기념물 제84호로 지정되었으며, 당시 나이는 약 1000년으로 추정됩니다. 높이는 24미터, 가슴높이 둘레는 12.93미터에 달했습니다. 줄기가 썩어 동굴처럼 비어 있었으나, 시멘트 보강과 통기조망 설치 등 세심한 관리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1905년 큰 바람에 부러진 남쪽 가지는 길이가 30미터에 이르렀으며, 주민들은 이 가지로 3년간 밥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후 북동쪽 가지도 부러져 관 37개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현재는 북쪽으로 향한 가지만 남아 있지만, 그 웅장함과 기운은 여전히 강렬합니다.
마을 주민들은 이 은행나무를 영험한 나무로 여겨 왔습니다. 머리가 둔한 아이를 밤중에 나무 밑에 세우면 머리가 좋아지고, 나뭇잎을 삶아 먹으면 노인의 기침이 잦아들며, 나무에 소원을 빌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또한 나라와 마을에 위기가 닥치면 나무가 소리를 내어 알리고, 전염병이 돌 때는 나무에 제를 지내면 화를 면할 수 있다고 전해집니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매년 음력 정월 초사흘에 행정마을 주민들이 산신제와 향목제를 지내며 나무의 안녕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2020년부터는 금산문화원과 요광리목신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목신제가 매년 10월 마지막 주말에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26일에는 제7회 목신제가 진행되어 많은 이들이 참여하였고, 은행나무에는 수많은 소원지가 걸려 있습니다.
은행나무 옆에는 500년 전 해주 오씨 선조가 전라감사 시절 지은 '행정헌'이라는 육각정자가 복원되어 있습니다. 이는 원래 '행정'이라는 정자의 후신으로, 은행나무와 함께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합니다.
보석사 은행나무의 장엄한 자태
요광리 은행나무에서 차로 약 25분 거리에 위치한 보석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65호로 1990년 8월 2일 지정되었습니다. 보석사 주차장은 넓고 방문객들로 붐비며, 은행나무로 향하는 길목에는 아름다운 단풍나무들이 가을 정취를 더합니다.
보석사 은행나무는 11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며, 높이 34미터, 가슴높이 둘레 10.72미터, 가지 길이는 동서 24미터, 남북 20.7미터에 이릅니다. 885년 신라 헌강왕 11년에 조구대사가 보석사 창건 당시 심었다고 전해집니다.
가을 방문 당시에는 대부분의 잎이 떨어져 있었으나, 그 위엄은 여전했습니다. 바람에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은 1100년의 세월을 견뎌온 나무의 생명력을 느끼게 합니다. 방문객들은 나무 앞에 마련된 소원지에 마음을 담아 소원을 적고 걸어두며, 나무와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보석사 은행나무 역시 마을을 지키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집니다. 나라와 마을에 큰 일이 있을 때 스스로 소리를 내어 위험을 알렸다는 전설이 있으며, 1945년 광복, 1950년 전란, 1992년 극심한 가뭄 때 실제로 소리를 냈다고 전해집니다. 주민들은 이 나무가 마을을 보호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금산 은행나무 방문 안내
| 은행나무 | 위치 | 천연기념물 번호 | 주차 |
|---|---|---|---|
| 요광리 은행나무 | 충남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 329-8 | 제84호 | 은행나무 앞 무료 주차장 이용 |
| 보석사 은행나무 | 충남 금산군 남이면 보석사 | 제365호 | 보석사 무료 주차장 이용 |
금산의 두 은행나무는 가을의 정취와 함께 천년의 역사를 품고 있어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늦가을 여행지로 추천할 만한 이곳에서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특별한 시간을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