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돌봄이 집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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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돌봄이 집으로 온다

아침마다 약을 챙겨 먹고 경로당에서 이웃과 안부를 나누는 일, 몸이 불편할 때 병원을 찾고 집 안을 정리하는 일은 나이가 들수록 쉽지 않은 과제가 된다. 의료기관이 멀리 떨어진 농어촌에서는 진료를 받기 위한 이동 자체가 부담이고, 청소와 빨래 같은 일상적인 집안일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는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 혼자 사는 집에서 발생한 작은 낙상이나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은 신속한 대응이 늦어질 경우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충남의 노인복지 정책은 어르신이 병원이나 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살던 집과 익숙한 동네에서 생활을 이어가도록 돕는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다. 방문진료와 재택간호부터 가사와 식사, 이동 지원, 응급안전 관리까지 일상에 필요한 서비스를 지역 안에서 연결하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익숙한 동네에서 이어가는 노후

충남은 2023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 말 기준 도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3.43%로 높아졌다. 2045년에는 이 비율이 37.8%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어날수록 모든 돌봄을 병원과 시설에만 맡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어르신이 오랫동안 살아온 집을 떠나지 않고 지역사회 안에서 의료와 요양, 생활 지원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고령사회 정책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배경이다.

의료와 요양을 한 번에 연결

2026년 3월 시행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은 지역 통합돌봄의 제도적 기반이다. 어르신이 사는 곳에서 의료와 요양, 돌봄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시·군이 개인별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 계획을 세우는 방식이다.

지원 대상자의 건강과 생활 여건에 따라 방문진료와 재택간호, 방문요양과 방문목욕, 식사와 이동 지원 등을 연계한다. 여러 기관에 흩어진 서비스를 어르신 한 사람의 필요에 맞춰 묶어 제공함으로써 병원이나 시설을 직접 오가는 부담을 줄이는 구조다.

집 밖으로 이동해야 할 때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도 시행되고 있다. 충남은 도내에 주민등록을 둔 75세 이상 어르신에게 충남 소속 시내버스와 농어촌버스의 이용 요금을 지원한다. 충남형 교통카드는 거주지 시·군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다.

15개 시군을 잇는 광역 지원

통합돌봄의 실제 운영은 시·군이 담당하지만, 지역별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서비스 격차를 줄이기 위한 도 단위의 조정도 필요하다. 충남사회서비스원은 충남 통합돌봄을 조정하고 지원하는 광역 전문기관의 역할을 맡았다.

충남사회서비스원은 법 시행을 앞둔 2026년 1월 충남도와 함께 15개 시·군의 통합돌봄 실행계획을 점검했다. 시·군 담당자 교육도 이어가며 지역 현장에서 제도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준비를 지원했다. 아울러 7개 시·군의 통합돌봄협의체에 직접 참여해 지역별 서비스 연결 상황을 살피고 있다.

도와 시·군, 의료기관과 복지기관을 하나의 지역 돌봄 체계로 연결하는 것이 충남형 통합돌봄 준비의 중심이다.

마을회관으로 찾아가는 진료

청양군의 찾아가는 의료원은 의료진이 주민 가까이 이동하는 현장형 서비스다. 청양군은 전체 인구의 42.8%가 65세 이상으로, 고령 인구의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읍내 의료기관까지 이동하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마을도 있어 어르신이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기 쉽지 않다.

청양군보건의료원 진료팀은 10개 읍·면의 마을을 찾아 한 달에 6회에서 8회가량 기본 진료와 건강 상담, 한방치료와 물리치료를 제공한다. 진료 차량이 마을회관 앞에 도착하는 날이면 어르신들은 멀리 읍내까지 이동하지 않고 익숙한 동네 안에서 차례로 건강 상태를 살필 수 있다. 평소 주민들이 모여 안부를 나누던 마을회관이 그날만큼은 가까운 진료 공간으로 바뀐다.

찾아가는 의료원은 2021년 시작됐으며 2026년 6월까지 모두 233회 운영됐다. 이 기간 무료 진료를 받은 인원은 6,939명이다. 2026년 3월부터는 정기 방문진료도 시작해 일회성 상담을 넘어 지속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혔다.

주거와 돌봄을 한 건물에

청양군 고령자 복지주택은 주거와 복지, 의료와 돌봄 기능을 한 공간에 모은 사례다. 이곳에는 127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건물 1층에는 사회복지관과 청양군청 통합돌봄팀이 자리하고, 2층에는 재택의료센터와 통합재가센터가 운영된다.

3층과 4층의 10세대는 병원에서 퇴원한 어르신이 일정 기간 머무는 중간집으로 활용된다. 입주 기간은 보통 3개월 이내다. 퇴원은 했지만 곧바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어르신이 돌봄을 받으며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중간집은 병원 치료가 끝난 시점과 집에서 다시 생활할 수 있는 시점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같은 건물 안에 주거와 복지, 재택의료와 재가 서비스가 모여 있어 필요한 지원을 가까운 곳에서 연결할 수 있다.

청소와 빨래까지 살피는 돌봄

집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려면 진료뿐 아니라 식사와 청소, 빨래 같은 집안일도 유지돼야 한다. 예산군은 온마을 통합돌봄을 통해 병·의원과 연계한 재택의료, 퇴원환자 연계, 일상생활 지원, 주거환경 개선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일상생활 지원에는 가사와 식사, 이동과 목욕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이용 수요가 가장 많은 분야는 일상생활 돌봄이다. 제공인력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집을 방문해 청소와 세탁, 식사 준비를 지원하면서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생활의 부담을 나눈다.

예산군은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 취약지 지원사업에도 선정됐다. 돌봄 서비스가 닿기 어려운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7곳을 선정한 사업이다. 예산군노인종합복지관은 가사 지원을, 예산군시니어클럽은 세탁 지원을 담당하며 청소는 민간업체가 맡는다.

2026년 6월에는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 96명이 교육을 받았다. 가사지원 인력이 인지 교구를 활용해 어르신의 인지 건강도 함께 살필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이어갈 예정이다. 집안일을 돕는 과정에서 건강 상태까지 세심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범위를 넓히려는 준비다.

예고 없이 생긴 돌봄 공백 지원

돌봄의 공백은 가족의 갑작스러운 입원이나 본인의 수술과 부상처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 평소 도움을 주던 가족이 집을 비우거나, 갑자기 혼자 움직이기 어려워지면 식사와 청소는 물론 외출과 병원 이동도 힘들어진다.

충남사회서비스원의 긴급돌봄지원사업은 갑작스러운 위기가 발생했으나 기존 서비스로 도움을 받기 어려운 도민을 대상으로 한다. 제공인력이 대상자의 집을 찾아 기본적인 돌봄과 가사, 이동을 지원한다.

지원은 하루 8시간 이내이며 총 72시간까지 받을 수 있다. 신청은 거주지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받는다. 단기간의 돌봄 공백이 장기적인 생활 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지역 안전망이다.

혼자 사는 집을 지키는 감지기

독거노인에게는 위급한 상황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장치가 중요하다. 공주시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통해 독거노인과 장애인 745명의 집에 활동량감지기와 화재감지기, 응급호출기 등을 설치했다.

설치된 장비는 24시간 집 안의 움직임과 화재, 낙상 가능성을 살핀다. 위급한 상황이 감지되면 관리요원과 119로 연결된다. 사람이 항상 곁에 머물 수 없는 시간에도 장비가 이상 징후를 확인해 긴급 대응을 돕는 방식이다.

공주시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도 함께 운영한다. 생활지원사 211명이 어르신의 집을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고 식사와 청소 등 일상생활을 돕는다. 일반돌봄 대상 어르신에게는 주 1회 방문과 주 2회에서 3회의 안부 전화가 제공된다. 감지 장비를 통한 안전 확인과 생활지원사의 대면 돌봄을 함께 운영해 혼자 사는 어르신의 생활을 다각도로 살피고 있다.

건강 거점으로 바뀌는 경로당

어르신의 대표적인 여가 공간인 경로당도 건강과 돌봄을 잇는 지역 거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공주시는 전체 경로당 438곳 가운데 316곳을 스마트경로당으로 조성했다.

스마트경로당은 공주시청 스튜디오와 각 경로당을 화상으로 연결한다. 건강체조와 노래교실 같은 프로그램을 여러 마을에서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거리가 떨어진 지역의 어르신도 익숙한 경로당에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화면을 따라 체조가 시작되면 서로 다른 마을의 경로당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어르신들은 이웃과 함께 움직이며 시간을 보낸다.

각 경로당에는 혈압과 혈당, 산소포화도 등을 무료로 측정할 수 있는 장비도 마련됐다. 측정 결과는 보건소와 연결되며, 건강 위험이 높은 어르신은 별도로 관리한다.

충남도 역시 경로당을 단순한 여가 공간에서 건강과 돌봄의 거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보건소 등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경로당과 연계해 어르신이 평소 이용하던 공간에서 이웃과 교류하면서 건강관리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보호 대상에서 지역의 선배로

충남의 고령사회 정책은 어르신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도민을 지혜와 경륜을 바탕으로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선배시민으로 정의하고, 복지와 교육,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조례가 충남도의회를 통과했다.

이는 어르신을 도움이 필요한 보호 대상으로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경험과 역할을 이어가는 구성원으로 바라보려는 변화다. 돌봄을 받는 생활과 공동체에 참여하는 활동이 분리되지 않도록 노후의 역할을 넓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지역마다 다른 서비스 연계율

통합돌봄의 지역별 격차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제도가 시행된 2026년 3월 27일부터 8월 31일까지 충남에서는 3,944명이 통합돌봄을 신청했고, 이 가운데 2,879명이 서비스 연계를 확정받았다. 전체 확정률은 73.0%로 전국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시·군별 확정률은 차이가 컸다. 예산군은 90.8%였지만 아산시는 27.9%였다. 이러한 격차가 신청자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인지, 행정 인력이나 실제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의 차이 때문인지는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양군의 찾아가는 의료원도 인력 부족이라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의료원장이 자리를 비울 경우 진료를 대신할 의사가 없을 정도로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제도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이어지려면 지역에 필요한 인력과 서비스를 함께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충남형 모델

충남도는 15개 시·군의 서로 다른 여건을 반영한 충남형 통합돌봄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충남에는 도시와 농어촌이 함께 있고, 15개 시·군 가운데 9곳이 인구감소지역이다. 인구 규모와 의료기관 접근성, 복지기관의 수가 지역마다 달라 하나의 운영 방식을 모든 시·군에 똑같이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2026년 10월 6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돌봄 관련 시민단체와의 면담에서는 복지기관이 부족한 면 단위 지역의 서비스 운영 방안이 제안됐다. 먹거리와 집수리, 이동 지원 같은 일상 서비스를 주민과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맡는 내용이다.

충남도는 충남형 통합돌봄을 논의하는 정책토론회 개최도 검토하기로 했다. 도시와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의 현실을 각각 살피면서 지역에서 지속할 수 있는 서비스 전달 방식을 마련하려는 과정이다.

살던 곳에서 나이 들 수 있도록

어르신의 일상을 지키는 정책은 대규모 시설을 세우는 일에만 있지 않다. 진료팀이 마을회관을 찾아가고, 청소와 빨래를 도울 인력이 집으로 방문하며, 혼자 사는 집에서는 감지기가 위급한 상황을 살피는 일들이 지역 돌봄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병원에서 퇴원한 뒤 곧바로 혼자 살기 어려운 어르신에게는 중간집이 생활 회복을 돕는다. 갑자기 가족의 돌봄을 받을 수 없게 된 도민에게는 긴급돌봄이 단기간의 공백을 메운다. 경로당에서는 건강 수치를 확인하고 보건소와 연계하며, 거동이 어려운 농촌 주민에게는 의료진이 직접 다가간다.

충남 노인복지의 핵심은 의료와 요양, 주거와 일상생활 지원을 따로 떼어 놓지 않고 어르신이 사는 지역 안에서 연결하는 데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러한 변화가 특정 지역에만 머물지 않고 어느 시·군에서 생활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으로 닿게 하는 것이다. 충남도와 15개 시·군이 지역별 여건에 맞는 돌봄 체계를 촘촘히 갖추는 과정이 어르신의 안정된 노후를 뒷받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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