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따라 붉어진 강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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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따라 붉어진 강경산

강경산에서 만나는 바람의 결

논산 강경산에 자리한 소금문학관에서 황세화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바람의 결이다. 문학관 지하 1층 로비를 활용한 갤러리가 전시 공간이며, 외부에서 바로 연결되는 지하 1층 입구에는 개인전을 축하하는 화환이 놓여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황세화 개인전 바람의 결
장소강경산 소금문학관 지하 1층 갤러리
기간2026년 9월 18일 금요일부터 10월 25일 일요일까지
관람료무료
주차무료

이번 개인전은 소금문학관이 추진하는 지역예술인 전시공간 지원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에게 작품을 선보일 공간을 제공하고 관람객에게는 가까운 생활권에서 미술을 접할 기회를 열어주는 전시다.

그림으로 마음을 보듬어온 작가

황세화 작가는 완주 작가 레지던시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레지던시 기간을 마친 뒤에는 작업실을 논산으로 옮길 계획이다.

작가는 논산 대정요양병원에서 오랜 기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미술 수업을 진행해 왔다. 수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주로 치매와 파킨슨병, 뇌졸중 등으로 요양하고 있다. 이들에게 미술 시간은 단순한 여가 활동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이야기는 전시와 함께 제작된 작품집에 실린 대정요양병원 이지원 병원장의 글에서도 확인된다. 질병으로 일상이 제한된 어르신들이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각과 표현을 되찾는 과정은 황 작가의 작품 세계와도 맞닿아 있다.

푸른 호랑이가 내딛는 희망

전시장에는 산수의 이미지와 호랑이를 결합한 작품이 걸려 있다. 한국화 기법을 떠올리게 하는 산수화 안에 다소 익살맞은 호랑이가 등장하면서 화면에 유쾌한 기운을 더한다.

작품 제목은 청호희보다. 한자로는 靑虎希步라고 쓰며, 푸른 호랑이와 희망을 향한 발걸음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산수의 차분한 흐름과 호랑이의 생동감이 한 화면 안에서 어우러진다.

평면 회화만으로 전시가 구성된 것은 아니다. 그림 위에 오브제를 더해 구체적인 입체감을 살린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한지를 바탕으로 한 화면에 호랑이와 나무 형태의 세라믹 오브제를 붙였으며,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장면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작품 속 세라믹 꽃잎은 벚꽃을 나타낸다.

나무와 벚꽃, 호랑이를 감싸는 바람은 전시 전체를 연결하는 핵심 이미지다. 화면 속 바람은 거칠기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봄바람에 가깝다. 세라믹 나무 주변에도 살랑이는 움직임이 이어지며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잇는다.

문학관의 바람과 이어지는 작품

황세화 작가는 전시장에 머물며 관람객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서 작품집을 펼쳐보거나 전시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다. 작품집에는 전시작뿐 아니라 작가가 직접 쓴 이야기도 함께 담겼다. 그림과 글이 나란히 구성돼 작품의 배경과 작가의 생각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작품들에는 전반적으로 바람의 이미지가 흐른다. 이는 소금문학관에 소개된 박범신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바람과도 의미상 이어진다. 문학 작품에 담긴 바람과 시각예술로 표현된 바람이 한 공간에서 겹치면서 소금문학관이라는 장소의 성격을 드러낸다.

전시장 밖에서 이어지는 붉은 풍경

갤러리 밖으로 나오면 문학관 옆 강경산 자락에서 붉은 꽃무릇을 볼 수 있다. 이 꽃무릇은 강경산 일대에 식재해 가꾸고 있는 것으로, 아직 산자락 전체를 덮을 정도로 넓게 퍼진 상태는 아니다.

붉은 꽃무릇 사이로 이어지는 산길에는 가을빛이 짙어지고 있다. 길가 벤치는 시집 한 권을 펼쳐놓고 계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공간을 만든다. 문학관 내부의 따뜻한 봄바람 같은 작품과 야외의 붉은 가을 풍경이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꽃무릇이 자리를 넓혀가면 강경산 자락의 가을 풍경도 한층 또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군락이 완성된 단계라기보다, 문학관 주변에 새로운 계절 경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금강변으로 이어지는 강경의 가을

강경산에서 내려오면 강경 금강둔치로 동선이 이어진다. 금강변에는 여러 낚싯대가 줄지어 놓이며 강가 특유의 차분한 풍경을 만든다. 구름이 낀 날에는 강물이 잔잔하고 묵직한 색으로 보이며, 맑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는 푸른 금강의 색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강경 금강둔치에서는 2026년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강경젓갈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이 황세화 개인전 일정과 겹치는 만큼, 강경을 찾는 방문객은 금강둔치와 소금문학관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개화 상태가 유지된다면 문학관 옆 꽃무릇도 강경의 가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풍경이 된다.

황세화 개인전은 그림 속 따뜻한 바람에서 출발해 강경산의 붉은 꽃무릇과 금강변의 가을 풍경으로 이어진다. 문학과 미술, 자연이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는 강경산의 계절을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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