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피어난 연암의 애민정신

입춘의 문턱에서 만난 겨울의 선물, 골정저수지
2026년 2월 5일,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면에 위치한 골정저수지에서 눈 덮인 겨울 풍경이 펼쳐졌다. 전날 밤부터 내린 눈이 고요한 저수지와 주변을 하얗게 덮으며, 방문객들에게 순백의 아름다움과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사했다.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이 시기에 만난 골정저수지는 마치 수묵화처럼 단아한 풍경을 자아냈다.
눈부신 백색의 세계와 비움의 미학
연암 박지원의 애민정신이 깃든 골정저수지
골정저수지는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문장가인 연암 박지원 선생의 깊은 철학이 담긴 장소다. 1797년 면천군수로 부임한 연암은 가뭄과 흉작으로 고통받는 농민들을 위해 버려진 늪지를 파내어 저수지를 축조했다. 이 저수지는 인근 농지에 물을 공급하여 가뭄을 극복하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저수지 한가운데 자리한 건곤일초정은 ‘하늘과 땅 사이의 한 초가 정자’라는 뜻으로, 연암이 추구한 삶의 태도와 백성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상징한다.
건곤일초정의 단아한 미학과 겨울 풍경
눈 덮인 돌다리를 조심스레 건너면 육각형 초가 지붕 위에 쌓인 눈이 마치 하얀 털모자를 쓴 듯한 건곤일초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정자는 화려함 대신 소박함과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며, 주변 고목들이 눈꽃을 피워내어 정자를 감싸는 모습은 고결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정자에 올라 바라본 눈 덮인 면천 마을과 저수지의 풍경은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면천의 역사와 현재를 잇는 길
골정저수지를 둘러본 후 방문객들은 인근 면천 읍성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100년의 세월을 견뎌온 면천 은행나무는 겨울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서 있으며,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의 딸 영랑이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면천은 최근 옛 건물을 활용한 카페와 서점들이 들어서며 뉴트로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겨울의 골정저수지에서 느낀 희망과 쉼
눈 덮인 골정저수지는 단순한 동결된 호수가 아니라 ‘위대한 기다림’의 공간이다. 얼음과 눈 아래에서는 연꽃이 다시 피어날 여름을 준비하고 있으며, 고목들은 새순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기다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며, 자연의 순리를 되새기게 한다. 방문객들은 건곤일초정에 앉아 연암 박지원의 애민정신을 되새기고, 하얀 눈 위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며 마음속에 따뜻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편의시설과 접근성
골정저수지 주변에는 쾌적하게 관리된 화장실과 넓은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편의를 돕는다. 인근에는 카페 골정지 등 휴식 공간도 있어 겨울 여행의 여운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맺음말
충청남도 당진 면천의 골정저수지는 연암 박지원의 애민정신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특별한 장소다. 겨울의 고요함 속에서 만나는 이곳은 방문객들에게 희망과 쉼, 그리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선사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내면을 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골정저수지는 더없이 좋은 여행지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