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으로 만나는 돈암서원의 깊은 매력

흑백사진으로 재조명한 돈암서원
충남 논산시 연산면 임리에 위치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돈암서원은 겨울철 흐린 하늘 아래서도 그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습니다. 최근 방문한 현장에서는 흐린 날씨로 인해 선명한 색감을 담기 어려웠지만, 흑백사진을 통해 서원의 본질과 고건축물의 구조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흑백사진은 겨울의 차갑고 빛바랜 색을 덜어내고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해 서원의 깊은 역사와 전통을 투사합니다. 특히 흐린 날씨의 회색 하늘은 자연스러운 질감으로 표현되어 우중충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서원의 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극대화합니다.
돈암서원의 역사와 공간 구성
돈암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이후 체계적인 정비를 거쳐 본래의 기능과 전통적 공간 구조를 복원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교육과 제향의 장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며,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지닌 서원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서원 입구의 홍살문을 지나면 마주하는 산앙루는 방문객들에게 사계 김장생에 대한 존경과 경건한 마음가짐을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어서 입덕문은 서원의 정문으로서, '성인의 덕에 들어간다'는 뜻을 담아 학문과 수양의 길에 들어서는 상징적 관문입니다.
학문과 수양의 중심 공간
입덕문을 지나면 양성당, 정의재, 거경재가 좌우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양성당은 서원의 강당으로 학문 강론과 토론의 중심 공간이며, 정의재와 거경재는 유생들의 기숙 공간으로 학문에 정진하던 생활 공간입니다. 이 세 건물은 교육과 수양의 기능을 분담하며 서원의 학문적 위상을 보여줍니다.
양성당 앞뜰에는 사계 김장생과 아들 김집의 학문과 덕을 기리는 돈암서원 원정비가 자리해 서원의 설립 배경과 의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돈암서원의 상징, 응도당
돈암서원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인 응도당은 원래 서원의 옛 터에 있던 것을 1971년 현재 위치로 옮긴 웅장한 규모의 건축물입니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구조와 맺배지붕, 풍판 구조, 사당과의 배치 등 예학적 전통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응도당 내부에는 돈암서원 현판이 걸려 있는데, 현판이 역순으로 배치된 이유는 옛 터에서 옮겨올 때 적절한 설치 장소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강학 공간으로서 돈암서원의 의미를 이어온 상징으로도 해석됩니다.
응도당의 주련 중 「是身之微太倉米」라는 문구는 인간의 몸이 미약하더라도 성스러운 질서 속에서 존엄한 가치를 지닌다는 유교적 세계관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존재가 작아도 성현을 기리고 예를 실천하는 제물처럼 존엄함을 지닌다는 뜻입니다.
숭례사와 서원의 정신
응도당과 직각으로 배치된 숭례사는 제향을 올리는 사당으로, 사계 김장생을 비롯한 성현을 모시며 학문과 덕을 숭상하는 서원의 정신을 상징합니다. 두 건물의 배치는 학문과 예가 조화를 이루는 서원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숭례사 담장에는 붉은 글씨로 새겨진 지부해함(地負海涵), 박문약례(博文約禮), 서일화풍(瑞日和風)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는 수양과 절제를 중시하는 선비정신과 어울리며, 현대 사회에서도 겸손과 청렴, 학문과 예의 실천을 잊지 말아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산앙루와 대둔산의 조화
돈암서원을 떠나며 다시 한 번 눈길을 끄는 산앙루는 제자들이 스승인 사계 김장생의 학문과 덕행을 산처럼 우러러 본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멀리 대둔산 자락이 펼쳐져 있어 서원을 나서는 방문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세계유산 활용 프로그램 안내
돈암서원은 만인소, 서원동자, 예미락 등 다양한 세계유산 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5년 프로그램이 종료되며, 2026년 3월 20일부터 새로운 프로그램 예약이 가능하니 많은 관심과 참여가 기대됩니다.
돈암서원 방문 정보
| 위치 | 충청남도 논산시 연산면 임3길 26-14 |
|---|---|
| 관람료 | 무료 |
돈암서원은 겨울철에도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 유교문화와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방문객들은 흑백사진으로 담아낸 서원의 깊은 매력을 통해 역사와 학문의 의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