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조왕사, 고요 속 전통의 숨결

부여 조왕사, 고요 속 전통의 숨결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금성산 자락에 자리한 전통사찰 조왕사는 깊은 역사와 함께 고요한 가을 오후의 정취를 전합니다. 나지막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처마 끝에 머무는 이곳은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히 감싸 안으며, 소나무 숲이 계절의 변화를 묵묵히 지켜줍니다.
조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로, 금성산은 부여의 영산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백제시대 삼산의 신들이 왕래했다는 전설은 이 산의 신성함을 더합니다. 매년 금성산 성화대에서 열리는 산신제는 지역민들의 굳건한 신앙과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왕사의 창건 시기는 명확하지 않으나, 고려시대 석불상과 석탑, 백제 양식의 금동불입상 등이 발견되어 오랜 역사를 짐작케 합니다. 특히 1913년 절 뒤편에서 발견된 석조비로자나불상은 일제강점기 조선왕조를 섬기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1919년 대웅전 중창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찰명 '조왕사'는 왕을 조근한다는 뜻으로, 당시의 역사적 아픔과 민족적 기원을 상징합니다.
사찰의 가람배치는 남향으로 대웅전을 중심으로 종각과 요사가 아담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최근 홍수로 드러난 탑재와 석재를 모아 대웅전 앞마당에 삼층석탑을 복원했으며, 대웅전 오른편 빈터에는 일제강점기 부여에 설치된 일본 신사에서 사용된 석재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경내에는 일본인 승려의 부도와 중창주 부도, 중건비 등이 자리해 근대사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대웅전은 전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보령석 축대 위에 주심포 양식의 맞배지붕이 올려져 있습니다. 내부에는 1913년 출토된 높이 1.27m의 석조비로자나불상과 근대 불화 4점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불상의 육계와 나발은 복원된 부분이나, 얼굴과 몸체는 출토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고려시대 석조불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웅전 마당의 삼층석탑은 1987년 홍수로 드러난 석재를 활용해 복원한 것으로, 파손이 심해 본래 형태를 완전히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범종각은 1985년 일본인 불자들의 시주로 건립되었으며, 한일 친선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요사채 청화당에는 일본 나가노현 선광사에서 보내온 백제 아미타삼존불 복제 불상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조왕사는 역사적 아픔과 전통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방문객에게 깊은 울림과 평온을 선사합니다. 부여의 가을 풍경과 함께 조용히 걸으며 옛 기원을 되새길 수 있는 이곳은 충남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위치: 충남 부여군 부여읍 계백로 334-47 (동남리 14)
운영: 연중무휴, 일출부터 일몰까지
입장료: 무료
주차: 무료, 사찰 인근 주차장 이용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