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판교, 시간 멈춘 마을의 진면목

서천 판교, 시간 멈춘 마을의 진면목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 145-2에 위치한 판교 마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한 풍경을 간직한 곳입니다. 이 마을은 이름에서부터 그 특별함을 엿볼 수 있는데, '판교'란 널빤지 '판'과 다리 '교'를 합친 한자어로, 옛날 호랑이가 널빤지를 타고 마을에 들어오려 하자 주민들이 낮에는 다리로, 밤에는 널빤지를 거둬들여 호랑이의 침입을 막았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마을 입구에는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으나, 구체적인 탐방 경로가 명확하지 않아 방문객들은 다소 막막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행정구역 개편으로 여러 마을이 합쳐져 현암리가 되었으며, 그 안쪽이 바로 '시간이 멈춘 마을'로 알려진 지역입니다.
마을 입구에는 독립운동가 고석주 선생의 흉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석주 선생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1919년 군산 3·5만세 운동을 주도해 옥고를 치렀으며, 1929년부터 판교교회를 개척하고 농촌계몽운동에 앞장서 지역사회에 헌신한 인물입니다.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그의 흉상은 마을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면 1930년대에 심어진 커다란 소나무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이 소나무는 과거 판교역 앞에 있던 것으로, 당시 역 광장에서는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함께 먹을거리 장사, 광대, 약장수 등이 모여들어 활기찬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현재 판교역은 다른 곳으로 이전되었고, 그 자리는 판교특화음식촌으로 변모해 서천한우, 맥문동삼계탕, 백숙, 순두부, 칼국수 등 다양한 지역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판교역은 일제강점기 장항선 개통과 함께 식량 약탈, 전쟁 물자 수송, 징용과 징병, 위안부 수송의 역할을 했던 역사적 장소입니다. 해방 이후에는 도시로 향하는 관문이자 6·25전쟁의 아픔을 겪은 곳이며, 학생들의 통학과 희망을 품은 이들의 탈출구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을 중심에는 옛 정취를 간직한 슈퍼가 자리해 현대의 편의점과 마트와는 다른 정겨움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낡은 건물에는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예술적 감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드라마나 영화 촬영이 예정되어 마을 곳곳이 꾸며지고 있어,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골목 곳곳에는 옛 말타기 놀이기구, 조명, 순찰차 등이 배치되어 있으며, 이곳은 과거 우시장 자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충남 3대 우시장 중 하나였던 판교우시장에서는 한여름에 하루 수백 마리의 소가 거래되었고, 주변에는 주막과 국밥집이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또한, 2000년대까지 운영된 동일주조장 건물은 막걸리 제조의 중심지였으며, 쌀 방앗간과 함께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녹아 있는 곳입니다. 외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어 판교시장의 역사와 문화를 시각적으로 전달합니다.
판교시장은 5일과 0일에 오일장이 열리며, 일제강점기 현암리로 이전한 후 큰 전통시장으로 발전했습니다. 소와 세모시를 주로 거래했으며, 의류와 잡화도 판매하는 지역 경제의 중심지였습니다. 현재는 규모가 축소되었으나, 인근 대형 마트가 있어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돕고 있습니다.
더운 날씨 속에서도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정취를 느끼며, 앞으로 이 마을에서 탄생할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돌아갑니다.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 145-2에 위치한 판교 마을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체험할 수 있는 명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