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탑사에 내려앉은 가을

황금 들판 너머 만나는 영탑사
가을이 깊어지는 충남 당진에서는 들판과 산사, 오래된 불교 유적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당진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영탑사를 비롯해 보덕사, 영랑사, 신암사, 서원사, 정토사, 성당사 등 크고 작은 사찰이 자리한다.
이 가운데 영탑사는 면천면 소재지에서 약 1.8㎞ 떨어져 있으며 자동차로 이동하면 약 5분이 걸린다. 사찰로 향하는 길에서는 가을빛을 머금은 황금 들판이 펼쳐진다. 마을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영탑사 입구 왼편에 절골저수지가 나타난다.
절골저수지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주변 산세와 영탑사의 고즈넉한 모습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잔잔한 물가와 사찰 주변의 나무가 한 화면에 담기며 깊어가는 계절의 분위기를 전한다.
주차장과 아름다운 느티나무
영탑사 안으로 들어서면 왼쪽과 오른쪽에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차량을 세운 뒤 경내까지 천천히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입구에는 영탑사를 알리는 설치물이 세워져 있어 방문 장소를 확인하기 쉽다.
길가에서는 당진시가 아름다운 나무로 지정한 느티나무 6그루를 볼 수 있다. 나무의 수령은 110년부터 200년 이상에 이른다. 여름에는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고, 가을에는 단풍이 들어 사찰 진입로의 색을 바꾼다. 굵은 줄기와 넓게 뻗은 가지는 오랜 세월을 간직한 전통 사찰의 인상을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
원효 깨달은 길과 상왕산
영탑사는 원효 깨달은 길 7코스에 포함된다. 이 길은 영탑사에서 안국사지로 이어지며 산 입구에는 걷기 길의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 있다. 경내를 살핀 뒤 산길을 따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구조다.
영탑사는 당진시 면천면 성하리 마을 북쪽 상왕산 기슭, 연화봉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이다. 웅장한 고목과 소나무 숲이 사찰을 감싸고 있어 경내에는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흐른다.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인 수덕사에 속한 말사이기도 하다.
천년 사찰로 전해지는 역사
영탑사의 정확한 창건 연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통일신라 말기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찰은 1798년 조선 정조 22년에 연암당 지윤이 중건했고, 1911년에는 신도들이 중수했다. 1928년에는 이민동이 노전을 중건했다. 1985년에는 30평 규모의 대웅전 건립을 시작해 1990년 완공했다.
1992년 화재로 노전이 소실됐으나 이후 복원됐다. 2010년에는 초운 스님이 산신각을 새로 지었다. 근래에는 요사채와 비로전도 건립됐다. 영탑사 신도는 약 800명으로 전해지며, 면천면 일대에 불도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계류를 중심으로 나뉜 전각
영탑사의 전각은 경내 중앙을 통과하는 계류를 경계로 배치돼 있다. 남서쪽에는 대웅보전이 있고 북동쪽에는 요사와 산신각, 유리광전, 석탑이 자리한다. 자연 지형을 따라 전각과 석탑이 놓여 있어 경내를 이동할 때마다 서로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마당 왼쪽의 비로전에는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이 봉안돼 있다. 팔각형 연꽃무늬 대좌 위에 본존불인 비로자나불이 앉아 있고, 양쪽에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협시한다. 본존과 두 협시보살로 구성된 모습은 고려시대의 전형적인 삼존불 구도를 보여준다.
국화가 놓인 대웅전
영탑사 마당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대웅전이 보인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국화 화분이 놓여 가을이 깊어졌음을 알린다. 고목과 소나무의 짙은 색, 국화의 밝은 빛이 겹치며 차분한 경내에 계절감을 더한다.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다. 내부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지장보살상과 보살상이 봉안돼 있다. 대웅전 안에는 1760년에 조성된 높이 60㎝, 지름 46㎝의 범종도 있다. 크기는 비교적 작지만 섬세한 조성 기법이 돋보이는 동종으로 전해진다.
약사여래상을 모신 유리광전
정면 3칸 규모의 유리광전 안에서는 바위에 양각된 약사여래상을 볼 수 있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사찰을 둘러보던 중 기이한 바위가 빛을 내는 모습을 보고 범상하지 않게 여겨, 이곳에 약사여래상을 새기고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바위에 새겨진 불상은 부드럽고 인자한 인상을 전한다. 약사여래는 인간의 질병은 물론 무지에서 비롯된 병까지 고쳐 준다는 부처로 설명된다.
요사의 수미단 위에는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좌우에 봉안돼 있다. 이 불상들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산신각과 전통 신앙
유리광전 왼편에는 산신각이 자리한다. 자연석 기단 위에 세운 산신각은 2010년 초운 주지가 신축했다.
산신각은 한국의 산악 숭배 신앙이 불교에 수용된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불교가 민간신앙의 산신을 수호신 또는 외호신으로 받아들이면서 사찰 안에 산신을 모시는 전각이 자리하게 됐다고 전해진다.
바위 절벽의 칠층석탑
유리광전 뒤편 절벽의 커다란 바위 위에는 칠층석탑이 서 있다. 이 석탑을 둘러싸고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한다.
하나는 고려 중엽 보조국사가 절 앞마당에 석탑을 세웠고, 이후 무학대사가 마애불을 조성하면서 현재 자리로 옮겼다는 이야기다. 다른 기록에는 1798년 연암당 지윤 스님이 유리광전을 보수할 때 뒤편 천연 바위에 오층탑을 세우고 사찰 이름을 영탑사라 불렀다고 적혀 있다.
탑은 본래 칠층이었으나 훼손돼 다섯 층만 남았으며, 1920년대에 신도들이 다시 칠층의 모습을 갖추도록 했다고 전해진다. 커다란 자연 암반과 수직으로 솟은 석탑이 맞물리며 영탑사 특유의 경관을 이룬다.
산길 끝에서 만나는 의두암
영탑사에서 산길을 따라 약 200m 이동한 뒤 왼쪽 계단을 오르면 글자가 새겨진 바위를 만날 수 있다. 바위에는 예서체로 ‘依斗岩’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으며, 이를 의두암이라고 읽는다.
의두암 왼쪽 아래에는 ‘人道正一’이라는 글도 남아 있다. 두 글은 1887년 조선 고종 24년에 운양 김윤식이 새긴 것이다. 숲길과 돌계단을 지나 마주하는 바위 글씨는 영탑사의 역사적 흔적을 경내 밖 산길까지 이어준다.
영탑사 방문 정보
| 시설 | 대한불교조계종 영탑사 |
|---|---|
| 소재지 |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면 성하로 139-33 |
| 전화 | 영탑사 041-356-3204 |
| 주변 | 절골저수지, 원효 깨달은 길 7코스, 의두암 |
영탑사는 오랜 불교 유산과 고목, 석탑, 마애 약사여래상, 의두암이 한 공간에 이어지는 전통 사찰이다. 입구의 절골저수지부터 경내의 국화와 단풍 든 느티나무, 산길의 바위 글씨까지 가을의 풍경과 역사적 흔적이 차례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