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 토굴에 익은 100년

김장철 앞두고 열린 광천의 대표 축제
찬바람이 불며 김장 준비가 본격화되는 시기에 충남 홍성군 광천읍이 토굴새우젓과 조미김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었다. 제31회 광천토굴새우젓·광천조미김 대축제가 2026년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 동안 광천전통시장 일원에서 열렸다.
행사 기간 시장 골목에는 새우젓과 조미김을 판매하는 부스가 줄지어 들어섰다. 짭조름한 젓갈 향과 갓 구운 김의 고소한 냄새가 시장 안에 퍼졌고,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이어지면서 장터 특유의 분주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개장 100년을 맞은 광천시장
이번 축제는 광천시장이 문을 연 지 100년이 되는 해에 개최돼 의미를 더했다. 개막식에서는 광천토굴새우젓으로 김장김치를 담그는 퍼포먼스가 진행됐으며, 과거 시장의 모습을 재현한 보부상 행렬도 펼쳐졌다.
광천시장의 지난 100년과 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는 미디어 기억관과 백년상인 이야기 극장도 마련됐다. 시장의 역사와 지역 상권을 함께 조명하는 구성으로, 광천전통시장이 오랜 세월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삶을 이어온 공간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축제 기간에는 전국주부가요제와 군민 노래자랑, 마술쇼가 진행됐다. 김구이 체험과 김밥 만들기, 젓갈백반 시식 등 광천의 대표 먹거리를 직접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들이 시장 곳곳에 배치돼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옹암포구에서 시작된 새우젓 장터
광천이 새우젓의 고장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옹암포구의 역사가 있다. 광천읍 옹암리에는 과거 바닷물이 드나들던 옹암포구가 있었다. 마을에 항아리 모양을 닮은 바위가 있어 이 일대는 독배마을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조선 말기에는 서해안에서 조업한 고깃배들이 잡은 새우를 싣고 옹암포구로 들어왔다. 새우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옹암포구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새우젓 장터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바다를 통해 들어온 새우와 장터의 유통 기능이 결합하면서 광천 새우젓의 기반이 형성된 것이다.
폐금광에서 발견한 자연 숙성의 원리
광천 새우젓의 핵심인 토굴 숙성은 1949년 무렵 시작됐다. 당시 마을 주민이 폐금광에 새우젓을 보관한 결과 쉽게 상하지 않으면서 맛있게 숙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주민들은 산자락에 토굴을 파고 새우젓을 저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광천에서는 40여 개의 토굴에서 새우젓이 숙성되고 있다. 토굴 내부는 사계절 내내 온도 14∼15℃, 습도 85% 안팎을 유지한다. 계절에 따른 외부 기온 변화가 있어도 비교적 일정한 환경이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새우젓은 이 토굴에서 약 3개월 동안 천천히 숙성된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 속에서 발효가 진행되면서 특유의 깊은 감칠맛이 형성된다. 숙성도와 품질을 판단하는 성분인 아미노태 질소도 일반 새우젓보다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천토굴새우젓 가공업은 가공업 분야에서 전국 최초로 해양수산부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5호에 지정됐다. 기계식 냉장 설비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일정한 환경을 유지하는 토굴에서 새우젓을 숙성해 온 전통 방식의 가치를 정부가 제도적으로 인정한 사례다.
오젓 육젓 추젓은 무엇이 다른가
광천전통시장의 새우젓 판매점에서는 오젓과 육젓, 추젓, 동백하젓처럼 서로 다른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명칭은 주로 새우가 잡힌 시기에 따라 구분되며, 여기에서 말하는 달은 대체로 음력을 기준으로 한다.
| 구분 | 잡는 시기와 특징 | 주요 쓰임 |
|---|---|---|
| 오젓 | 음력 5월 무렵 잡은 새우로 담근다. 육젓보다 새우의 크기가 조금 작고 붉은빛을 띤다. | 김장과 각종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활용된다. |
| 육젓 | 음력 6월 무렵 산란을 앞둔 새우로 담근다. 살이 통통하고 고소해 새우젓 가운데 최상품으로 꼽힌다. | 수육이나 반찬과 함께 먹는 용도로 찾는다. |
| 추젓 | 가을에 잡은 비교적 작은 새우로 담근다. 다른 종류보다 가격 부담이 적은 편이다. | 김장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
| 동백하젓 | 겨울에 잡은 희고 깨끗한 새우로 담근다. | 용도와 기호에 맞춰 선택한다. |
같은 새우젓이라도 어획 시기와 새우의 크기, 빛깔에 따라 이름과 특징이 달라진다. 김장용인지, 수육이나 반찬에 곁들일 것인지에 따라 알맞은 종류도 달라질 수 있다. 광천의 새우젓 명칭에는 서해 새우의 계절과 지역의 저장 문화가 함께 담겨 있다.
새우젓과 함께 자리 잡은 광천조미김
광천의 대표 먹거리는 토굴새우젓에 그치지 않는다. 광천은 조미김 생산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광천 일대 업체들은 서해에서 생산된 물김을 들여와 말리고 굽고 조미하는 가공 기술을 축적해 왔다.
축제장에서는 갓 구운 광천김을 맛볼 수 있는 시식 행사가 진행됐다.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를 직접 확인하려는 방문객들이 이어졌으며, 새우젓 판매 공간과 김 판매 공간이 함께 운영돼 광천의 두 대표 특산물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축제 기간에는 토굴새우젓과 광천김을 평소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도 진행됐다. 김장철을 앞두고 새우젓을 찾는 수요와 간편한 반찬으로 활용되는 조미김에 대한 관심이 겹치면서 전통시장 골목은 방문객과 상인들로 붐볐다.
축제 이후에도 만나는 광천 새우젓
제31회 축제는 2026년 10월 18일 막을 내렸다. 광천토굴새우젓·광천조미김 대축제는 매년 김장철을 앞둔 10월에 열려 광천의 전통 식품과 시장 문화를 함께 소개해 왔다.
축제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도 광천토굴새우젓 홍보전시관과 토굴단지 주변 상가에서 새우젓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다. 전시관 옆 공영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행사 장소인 광천전통시장은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 광천로285번길 8-16에 자리한다. 100년 시장의 역사, 자연환경을 활용한 토굴 숙성 방식, 서해 수산물을 가공해 온 지역 기술이 광천이라는 한 공간에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