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대사저수지와 세종대왕 후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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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대사저수지와 세종대왕 후손 이야기

홍성 대사저수지와 세종대왕 후손 이야기

8월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충청남도 홍성군의 마을 탐방과 함께 대사저수지에 얽힌 역사적 이야기를 만나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홍북읍 중계리 마을 입구에는 붉은 빛을 띠는 코르텐강 철판으로 제작된 한글 서예 조형물이 나란히 서 있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조형물은 부식이 아닌 마감 처리된 예술 작품으로, 이곳에서부터 탐방이 시작된다.

이응노 마을에서 대사저수지까지의 거리는 지도상으로는 짧지만, 한여름의 더위 속에서는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이 마을은 원래 홍천 마을이라 불렸으나, 이곳 출신인 고암 이응노 화가의 이름을 따서 새롭게 불리게 되었다. 고암 이응노는 1904년 이곳에서 태어나 17세에 고향을 떠나 파리에서 1989년 생을 마감한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이다. 그의 삶은 조선미술전람회 입선, 홍익대학교 교수 활동, 파리 유학, 동베를린 사건으로 인한 옥고 등 다채로운 경험으로 가득하다. 그는 문자에서 추상으로, 그리고 수많은 인물 군상을 겹쳐 그리며 20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마을 곳곳에는 그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파란색과 분홍색 인형들이 팔을 벌린 채 배치되어 있어, 마치 그의 군상 속 인물들이 마을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준다. 마을 내 배너에는 '예술로 다시 나를 그리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으며,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마을회관 옆 공방에서 중장년층을 위한 문화 예술 모임이 열린다.

마을을 벗어나 솔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한가운데 자리한 화강암 비석을 만날 수 있다. 비석에는 세종대왕의 여덟째 아들인 영응대군(永膺大君)의 이름이 새겨져 있으며, 그 아래에는 후손인 흥선부정공파의 묘역임을 알리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 비석은 영응대군 본인이 아닌 그의 후손들이 이곳에 묻혀 있음을 나타낸다. 영응대군 이염은 세종대왕과 소헌왕후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아들로, 세종대왕이 가장 아꼈던 아들이었다. 세종대왕은 말년을 이 아들의 집에서 보내며 1450년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영응대군은 34세에 세상을 떠났고, 그의 묘역은 조용한 솔숲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솔숲을 지나면 대사저수지가 펼쳐진다. 산의 그림자가 잔잔한 물 위에 고스란히 비치며, 물은 움직임 없이 산과 하늘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낸다. 이곳은 관광 명소는 아니지만,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설치한 안내판에는 물놀이와 낚시가 금지되어 있으며, 이 저수지는 농업용수로서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조성된 곳임을 알 수 있다. 제방 아래로 내려서면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논밭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은 이름 없는 수많은 농부들의 손길로 가꾸어져 왔으며, 그들의 시간이 쌓여 오늘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버스정류장 옆에 나무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서 있다. 두 다리로 서서 가지를 하늘로 뻗은 모습은 떠난 화가, 남은 왕가 후손, 그리고 이름 없는 농부들의 삶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번 탐방은 이 세 겹의 시간이 한데 어우러진 길이었다. 무더위가 조금 누그러지면, 녹슬어 가는 예술작품과 솔숲 속 묘역을 거닐며 대사저수지의 고요한 풍경을 다시 한번 음미해보길 권한다.

장소대사저수지, 충청남도 홍성군 갈산면 대사리
홍성 대사저수지와 세종대왕 후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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