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천읍성, 청년 예술가들의 집단지성으로 재조명

면천읍성, 청년 예술가들의 집단지성으로 재조명
충남 당진시 면천읍성 일원에서 지난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린 ‘2026 면천읍성 달빛야행’ 행사는 지역 문화유산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해가 지고 성곽과 골목에 불빛이 켜지면서 낮과는 전혀 다른 면천읍성의 풍경이 펼쳐졌고, 방문객들은 성곽을 따라 걷고 공연을 즐기며 골목 곳곳의 체험과 전시를 만끽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청년 예술가 6팀이 참여한 아트레지던시 연계 전시 ‘예술가들의 집단지성’이 주목받았다. 김시은, 남소연, 이윤영, 정수빈, 정은주, 초승달토끼 등 설치미술, 회화, 섬유, 애니메이션, 미디어아트,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들이 면천읍성과 성안마을을 각자의 방식으로 관찰하고 해석해 작품으로 선보였다.
관찰과 기록으로 시작된 예술적 탐구
이번 전시는 단순히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는 일회성 전시가 아니었다. 참여 작가들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면천읍성의 성곽, 객사, 조종관 등 문화유산뿐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 공간과 오래된 건물, 옛 학교와 우체국의 흔적, 복원 과정에서 발견된 돌, 마을에 남은 기억까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각 작가는 자신만의 시선과 질문을 더해 면천읍성을 다층적으로 해석했다.
프로젝트명 ‘예술가들의 집단지성’은 여섯 작가가 각기 다른 경험과 감각을 모아 하나의 장소를 다채롭게 바라보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돌의 흔적을 살피거나, 흩어진 각자성돌을 추적하고, 상상 속 수호 동물을 그리거나, 골목에서 수집한 색으로 팔레트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면천읍성을 재해석했다.
복원과 현재의 흔적을 담은 작품들
설치미술가 김시온은 면천읍성 복원사업에서 과거 모습 복원과 함께 현재의 흔적이 사라지는 문제에 주목했다. 그는 성돌을 스캐닝해 단순한 건축 재료가 아닌 시간과 사람의 흔적이 담긴 기록물로서 작품을 제작하며 문화유산 복원의 의미를 되짚었다.
남소연 작가는 각자성돌의 위치와 그 주변의 시간과 사람 이야기를 아카이빙해 새로운 지도로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성돌이 단순한 유물이 아닌 마을 안에서 관계를 이어가는 존재임을 보여주었다.
이윤영 작가는 동서남북을 수호하는 사신수에서 영감을 받은 섬유 작품을 통해 면천읍성의 시간과 수호의 의미를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또한 조선시대 면천읍성을 오갔던 사람들의 일상을 회화적으로 재현해 역사와 현재를 연결했다.
색채와 문장으로 기록한 면천의 기억
정수빈 작가는 면천의 골목과 생활 공간에서 발견한 색을 수집해 ‘면천 팔레트’라는 색채 아카이빙 작업을 선보였다. 과거와 현재, 세대와 공간을 아우르는 색을 통해 면천읍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했다. 관람객도 참여해 자신만의 면천 색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정은주 작가는 면천읍성에서 머문 시간 동안 마음에 남은 장면과 문장을 드로잉과 글로 기록했다. 일상의 경험이 작품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완성된 문화유산보다 머무는 동안의 감정과 생각 변화를 담았다.
면천 골목을 무대로 한 낭독극
2인 창작팀 초승달토끼는 낭독극 ‘면천읍성에서 편지 주인을 찾습니다’를 통해 면천읍성과 성안마을의 공간과 기억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주인공이 이름 없는 편지를 찾아 마을의 다섯 공간을 거치며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작품으로, 관람객은 공연 후 직접 마을을 걸으며 작품 속 공간을 체험할 수 있었다.
다양한 형식과 참여로 확장된 전시
‘예술가들의 집단지성’은 설치, 회화, 지도, 영상, 색채 아카이빙, 낭독극 등 다양한 형식으로 면천읍성과 마을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하고 현장을 탐색하며 지역 문화유산과 일상을 새롭게 경험했다.
이번 전시는 면천읍성이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주민들의 생활 공간임을 보여주며, 청년 예술가들의 창의적 시선이 지역을 풍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익숙한 지역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면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을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면천읍성 아트레지던시 안내
| 장소 | 충남 당진시 면천면 성상리 일대 |
|---|---|
| 주차 | 무료 |
| 문화유산 | 당진면천읍성,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면 성상리 93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