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천흥사지와 만일사 가을 산책길

고려의 숨결이 깃든 천흥사지
충남 천안시 성거읍 천흥리는 조용한 시골 마을로, 고려시대의 대규모 사찰 터인 천흥사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늘이 흥하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고려 초기 왕실과 깊은 연관을 가진 사찰로, 네 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길이 84m에 달하는 대형 건물터와 다양한 유물이 확인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천흥사지 중심에는 높이 약 5.5m의 오층석탑(보물)이 우뚝 서 있습니다. 이 석탑은 2층 기단 위에 다섯 층의 몸돌과 지붕돌을 쌓아올린 전형적인 고려 초기 양식을 보여주며, 정교한 석재 다듬음과 균형 잡힌 비례로 고려 석탑의 표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탑 주변에는 금당으로 추정되는 건물터도 남아 있어 당시 사찰의 규모를 짐작케 합니다.
또한, 오층석탑에서 도보로 약 3분 거리에 위치한 천흥사지 당간지주(충청남도 유형문화재)는 절 입구에 깃발을 달던 기둥을 받치던 석조 구조물로, 통일신라 양식을 따르면서도 고려 초기의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종 원년(1010)’이라는 명문이 새겨진 천흥사동종과 함께 창건 당시의 역사를 전해줍니다.
천흥저수지 수변데크길과 성거산 등산로
천흥사지에서 조금만 걸으면 잔잔한 물결이 흐르는 천흥저수지가 나타납니다. 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수변데크길은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산책 코스로, 가을이면 황금빛 나뭇잎과 맑은 하늘이 물 위에 반사되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합니다.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포토존은 방문객들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합니다.
수변데크길 끝자락에서는 성거산 등산로가 시작됩니다. 초입은 완만하지만 점차 오르막길이 이어지며, 천흥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산행의 피로를 덜어줍니다.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와 이끼 낀 돌들이 어우러진 자연 풍경은 산행객들에게 깊은 힐링을 선사합니다.
고요한 산사 만일사와 가을 구절초
성거산 중턱에 위치한 만일사는 작은 규모지만 귀중한 문화재를 간직한 사찰입니다. 만일사 법당, 마애불, 오층석탑, 금동보살입상 등이 자리하며, 특히 가을이면 구절초가 절 주변 이끼 낀 바위 위에서 하얗게 피어나는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법당은 오래된 목재와 기와로 세월의 무게를 간직하고 있으며, 내부에는 단정한 불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바위면에 새겨진 마애불은 고려 후기에서 조선 초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자비로운 미소가 인상적입니다. 오층석탑은 단아하고 안정된 비례미를 지니고 있어 산사의 고요한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금동보살입상은 섬세한 보관과 유려한 옷자락 선으로 고려시대 불상 양식을 보여주며, 오랜 세월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앙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가을철 만일사 주변에 피어난 구절초는 절정은 지났지만 남은 꽃송이들이 고요한 산사의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천년의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천흥리 산책길
천흥사지 오층석탑과 당간지주에서 시작해 천흥저수지 수변데크길을 거쳐 성거산 만일사에 이르는 이 산책 코스는 고려의 역사와 자연의 평온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길입니다. 반나절 정도의 산책으로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역사와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입니다.
천안 성거읍 천흥리는 역사와 자연이 함께 숨 쉬는 마을로, 가을의 선선한 바람과 함께 걷는 이 길은 천년의 시간과 오늘의 자연이 만나 마음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찾아가는 길
- 천흥사지 오층석탑: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리 192-2, 상시 개방
- 만일사: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4길 503, 사찰이므로 정숙 필요
- 천흥저수지: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리
- 성거산: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리
자차 이용 시 천흥사지 오층석탑 인근에 주차 후 계단과 뚝방길을 따라 수변데크길을 산책하며 성거산 등산로를 거쳐 만일사로 이동하는 코스가 편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