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 팥거리 마을 새벽 산책

계룡 팥거리 마을의 이른 새벽 풍경
충남 계룡시 두마면에 위치한 팥거리 마을은 이른 새벽의 상쾌한 공기 속에서 그 정겨운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낮 시간을 피해 찾은 이 마을은 좁은 골목길과 벽화, 모자이크 타일로 꾸며진 담장들이 방문객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벽화와 청포도, 그리고 시인의 마음
마을 입구에서 만난 초록빛 청포도는 담장에 조롱조롱 매달려 있어 자연의 신비로움을 전한다. 이 청포도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시인 이육사의 시 청포도를 떠올리게 한다. 시인은 칠월의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을 배경으로 민족의 아픔과 독립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노래했다. 팥거리 마을에서 맞이하는 청포도는 그 시절을 넘어 오늘날의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듯하다.
마을의 일상과 역사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면 오랜 세월을 간직한 이용원이 자리한다. 이곳은 어르신들의 이미용과 목욕을 돕는 공간으로, 작은 태극기가 걸려 있어 애국심을 느끼게 한다. 골목길에서는 기차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고, 반대편에는 두개천이 흐르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라지밭과 팥죽의 전통
마을 회관 옆 도라지밭에는 흰색과 보라색 도라지꽃이 활짝 피어 있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일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보인다. 팥거리 마을은 이름처럼 팥죽으로 유명한데, 팥죽은 동짓날에 먹으며 악귀를 쫓고 액운을 막는 전통이 담겨 있다. 매년 10월에는 팥죽 축제가 열려 마을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나누는 풍성한 행사가 펼쳐진다.
독립운동가 김지수 선생의 생가지
마을에는 독립운동가 김지수 선생의 생가지가 자리해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김지수 선생은 조선 예학의 대표학자 사계 김장생의 11대손으로, 일제의 회유책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다 1911년 자결했다. 그의 충절을 기리어 대한민국 정부는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생가지 주변에는 선생의 밝은 이미지를 담은 벽화가 마을의 자부심을 상징한다.
두계리와 팥거리의 유래
두계리는 조선 초기 태조 이성계가 신도안에 궁궐을 지을 때 인부들에게 팥죽과 콩죽을 제공한 데서 유래했다. 원래 녹두밭이 많아 '두촌'이라 불리다가 '두계'로 불리게 되었으며, 팥죽을 팔던 곳이라는 뜻에서 팥거리 마을로도 알려졌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이 지역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을 거쳐 현재 계룡시에 속하게 되었다.
자연과 문화유산
두계리에는 구로곡, 팥거리 등 자연마을과 두마면사무소, 두마초등학교가 위치한다. 충청남도 유형문화재인 은농재와 조선시대 효자 김덕정 문, 김광수 시혜 불망비 등 역사적 유산도 함께 자리해 방문객에게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팥거리 마을의 미래
팥거리 지하차도에 그려진 팥 벽화는 마을의 특색을 잘 보여주며, 앞으로도 두계고택 등 다양한 명소를 중심으로 새로운 탐방이 기대된다. 팥거리 마을은 전통과 역사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팥거리 마을 안내
- 위치: 충청남도 계룡시 두계리 45번지길
- 주요 볼거리: 김지수 독립운동가 사적지, 두계천, 두계고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