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등대 품은 안섬포구의 고요한 바다

빨간 등대 품은 안섬포구의 고요한 바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 고대리에 위치한 안섬포구는 잿빛 하늘과 어우러진 바다 풍경으로 특별한 정취를 선사한다. 6월 하순, 부슬부슬 내리는 장마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날, 한적한 바다를 찾는 이들에게 안섬포구는 조용하고 운치 있는 어촌 마을의 모습을 보여준다.
안섬은 원래 아산만 안쪽에 떠 있던 작은 섬으로, 조선시대부터 나루와 포구 역할을 해왔다. 아산만 건너편 우정읍 남포나루로 오가는 사람들의 중간 기착지였으며, 황해도 연안까지 조기잡이를 나가는 어업의 전진기지 역할도 했다. 1960년 유두목 다리가 놓이고, 1965년 연륙교가 생기면서 육지와 연결되어 교통이 편리해졌다.
행정구역도 여러 차례 변경되었는데, 조선시대 홍주목 관할 신평현 소속에서 1895년 면천군, 1914년 당진군으로 편입되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88가구의 어민들이 모여 활기찬 어촌을 이루었으나, 간척사업과 산업단지 개발로 어업구역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굴, 조개, 김 양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이 남아 있다.
안섬포구에서 가장 인상적인 전통은 400~600년 역사를 지닌 안섬풍어당굿이다. 충남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 제사는 매년 정월 첫 진일에 열리며, 용왕신을 모시고 마을의 평안과 어민들의 무사귀환, 풍어를 기원한다. 장승 세우기, 당굿, 뱃고사, 거리굿 등 다양한 전통의식이 함께 진행된다.
안섬휴양공원에서는 바다와 숲, 포구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사진 촬영 명소로도 손꼽힌다. 장마비가 내리는 날의 운치는 더욱 특별하며, 야외공연장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즐겨 찾는다. 바닷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신발을 벗고 차가운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안섬포구의 상징인 빨간 등대는 높이 8m의 원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전통 악기 대금의 형상을 본떠 ‘대금 등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무인 등대로 해안 제방 끝에 위치해 바다와 하늘, 포구 풍경과 조화를 이루며, 어민과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돕는다. 2022년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이 선정한 ‘일몰이 아름다운 서해안 등대 6선’에 포함될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여행의 마무리는 안섬포구 포장마차 거리에서 따뜻한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으로 속을 든든히 하는 것이다. 10여 곳의 포장마차가 모여 있어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산업항만으로 개발되면서 안섬포구의 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오랜 전통과 공동체 신앙을 소중히 지키고 있다. 부슬부슬 내리는 장마비 속에서 만난 안섬포구는 수백 년의 역사가 스며든 작은 포구로, 현대인이 잃어버린 여유와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안섬포구 위치
충남 당진시 송악읍 고대리 166-49
주차료, 입장료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