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품은 면천읍성

당진평야의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2026년 10월, 면천읍성 일원에서 역사와 전통문화, 지역의 맛을 함께 만나는 ‘면천읍성 들어유 축제’가 열렸다. 축제는 10월 10일 토요일부터 11일 일요일까지 이틀간 이어졌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성곽의 고풍스러운 풍경이 어우러진 현장에서는 공연과 전시, 전통문화 체험, 지역 특산물 시음과 판매가 다채롭게 펼쳐졌다.
면천읍성 안에는 축제의 순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됐다. 방문객들은 성벽을 따라 걸으며 탁 트인 하늘과 가을 풍경을 감상했고, 성곽 안에서 진행된 버스킹 공연에도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췄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방문객과 가족 단위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역사와 자연이 만난 축제
면천읍성 들어유 축제는 역사적인 공간에 당진의 자연과 농산물,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더한 행사였다. 축제장은 화려함만을 앞세우기보다 가을의 풍요와 농사일 뒤의 휴식을 함께 나누는 분위기로 꾸며졌다.
성곽 주변의 나무들은 조금씩 가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방문객들은 오래된 읍성의 정취 속에서 산책을 즐기거나 공연을 관람하며 천천히 축제장을 둘러봤다. 주 무대와 성곽 안 여러 공간에서 공연이 이어졌고, 전시와 체험 부스도 곳곳에 배치됐다.
면천읍성이라는 역사 공간과 지역 주민의 생활문화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은 이번 축제의 뚜렷한 특징이었다. 옛 성곽을 배경으로 전통 공예와 향토음식, 현대적인 무대 공연이 이어지면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을 행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방짜유기의 멋과 울림
면천읍성 안에서는 당진신평대장간과 방짜유기 소리 체험 공간을 만날 수 있었다. 방짜유기는 놋쇠 덩어리를 불에 달군 뒤 망치로 거듭 두드려 만드는 우리나라의 전통 놋그릇이다. 은은한 광택과 단단한 형태가 특징이며, 전시된 방짜유기는 전통 장인의 손길과 금속공예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방짜유기 소리 체험에서는 금속이 내는 맑고 깊은 울림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관람객들은 방짜유기의 형태만 살펴보는 데 그치지 않고, 소리까지 경험하며 전통 공예를 보다 가까이 이해했다. 반복해서 퍼지는 울림은 성곽 내부의 차분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옛 양곡창고의 새로운 쓰임
마을 축제장 위쪽에는 면천기억창고가 자리했다. 이곳은 1970년에 지어진 옛 농협 양곡창고를 새롭게 단장해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이자 청년창업공간이다. 과거 농촌의 생활을 품었던 창고가 오늘날 지역의 기억과 청년 활동을 잇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내부에는 옛 면천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됐다. 오래된 거리와 주민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진은 면천이 지나온 시간을 차분하게 전했다. 현장에서는 기억카드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됐고, 면천읍성 로고가 새겨진 열쇠고리도 제공됐다.
면천기억창고 위쪽에는 잠시 머물며 쉴 수 있는 카페도 자리해 축제장을 오가는 방문객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했다. 오래된 건물의 흔적과 레트로 감성이 남아 있는 주변 풍경은 면천읍성의 역사적인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천년을 지켜온 은행나무
축제 주 무대가 설치된 일원에는 수령 약 1,100년의 천연기념물 은행나무가 자리했다. 오랜 세월 면천을 지켜온 은행나무는 축제장의 중심에서 지역의 역사성을 상징했다. 노란색과 초록색 은행잎 모양에 소원을 적는 행사도 진행됐다.
관람객들은 은행잎에 각자의 바람을 남기며 무사안녕을 기원했다. 오래된 은행나무 아래에 모인 소원들은 축제의 흥겨움 속에서도 차분하고 따뜻한 장면을 만들었다. 오랜 역사를 품은 나무와 오늘을 살아가는 방문객의 바람이 한 공간에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손으로 완성하는 전통 체험
축제장 곳곳에서는 가을 정서와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 부스가 운영됐다. 방문객들은 고풍스러운 손부채 만들기와 짚풀공예, 캘리그래피 등에 참여하고 관련 전시도 관람했다.
- 손부채 만들기
- 캘리그래피 체험
- 전통 짚공예품 만들기
- 고추장 만들기
- 머그컵 제작
- 천연 염색 체험
천연 염색 체험에서는 두건과 손수건, 스카프 등에 색을 입힐 수 있었다. 재료와 색이 천에 스며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직접 결과물을 완성하는 방식이어서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도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
캘리그래피 체험은 마음에 담아둔 글귀를 직접 써보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짚공예 체험에서는 농촌에서 친숙하게 사용해 온 재료가 생활 공예품으로 바뀌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일부 체험은 무료로 운영돼 관람객들이 부담 없이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향토음식과 지역 특산물
축제장에는 조선시대의 분위기를 살린 전통주막이 마련됐고, 당진의 향토음식도 선보였다. 전통적인 공간 연출과 지역 음식이 어우러져 면천의 옛 정취를 보다 생생하게 전달했다.
푸드트럭과 함께 운영된 면천바에서는 면천의 특산품인 두견주와 순성브루어리 맥주를 시음하거나 구매할 수 있었다. 방문객들은 안주와 함께 지역 술을 맛보며 주 무대 공연을 관람했다. 지역의 농산물과 특산물을 활용한 체험 및 판매 공간도 마련돼 축제의 풍성함을 더했다.
현장 곳곳에서는 다양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었으며, 솜사탕 만들기 공연도 펼쳐졌다. 솜사탕이 완성되는 과정을 바라보는 어린이와 가족들의 모습이 축제장에 활기를 보탰다.
가을밤을 채운 공연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주 무대의 공연이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여러 가수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축제의 흥을 끌어올렸고, 방문객들은 선선한 가을 공기 속에서 음악을 즐겼다.
가수 양희은의 공연은 면천읍성의 가을밤과 어우러졌다. 성곽과 은행나무, 무대 주변을 채운 관람객이 함께한 가운데 노래가 이어지며 축제의 분위기는 한층 깊어졌다.
공연 이후에는 1,000대 규모의 드론 라이트쇼가 펼쳐졌다. 수많은 드론이 밤하늘에 빛의 장면을 만들자 관람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로 향했다. 역사의 공간 위로 첨단 기술이 빚은 빛이 펼쳐지며 축제의 마지막을 인상적으로 장식했다.
축제 이후에도 이어지는 여행
면천읍성 들어유 축제가 끝난 뒤에도 읍성 일원에서는 면천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만날 수 있다. 레트로한 분위기의 거리와 면천기억창고, 오래된 성곽과 은행나무가 서로 가까이 자리해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기 좋다.
면천읍성 주변의 콩국수도 지역 여행의 맛을 더하는 음식으로 소개됐다. 성곽을 산책하고 문화공간을 둘러본 뒤 지역 음식을 맛보는 흐름은 면천의 역사와 일상을 함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면천읍성 들어유 축제는 전통을 전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직접 만들고 듣고 맛보며 지역문화를 경험하도록 구성됐다. 역사와 자연, 공연과 체험, 당진의 특산물이 조화를 이룬 축제장은 방문객들에게 여유로운 가을의 시간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