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에서 읽는 나무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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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서 읽는 나무의 삶

도심 공원을 자연 교육 공간으로

천안시가 도심 공원을 휴식 공간에서 자연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교육·문화 공간으로 넓혀 가고 있다. 그 하나로 운영된 우리동네 공원 숲 도슨트는 천안 동남구 청수호수공원을 걸으며 나무와 생태를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청수호수공원에서 진행된 숲 도슨트의 주제는 물결 위에 그린 초록색 수채화였다. 오전 10시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 90분 동안 시민들이 숲해설가와 함께 공원을 돌며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식물의 생태와 특징을 배웠다.

연꽃이 핀 호수 너머로 아파트가 이어지는 청수호수공원은 자연과 시민의 일상이 맞닿은 도심 공원의 모습을 보여줬다. 현장에서는 날파리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으며, 숲해설가도 공원이 지속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산책길에는 시민의 피리 연주가 잔잔하게 울려 퍼져 숲 해설과 어우러진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가뭄을 견디는 나무의 생존법

해설에서는 무더위와 가뭄을 견디는 나무의 생존 방식이 소개됐다. 가뭄이 심해지면 일부 나무는 수분 손실을 줄이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잎을 떨어뜨린다. 잎을 계속 유지하다가 나무 전체가 위험해지는 상황을 피하고, 줄기와 뿌리를 지켜 다음 생장기를 준비하는 방식이다.

숲해설가는 이를 어려운 상황에서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일부를 포기하는 고육지책에 빗대 설명했다. 나무가 잎을 내려놓는 현상은 단순한 낙엽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택이며, 식물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을 이해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측백나무와 구골나무 관찰

참가자들은 측백나무의 열매를 가까이에서 관찰했다. 열매는 뿔이 달린 작은 별과 비슷한 형태를 띠며, 가까이에서는 상쾌하면서도 짙은 나무 향이 느껴진다. 숲해설가는 측백나무 열매를 보쌈을 만들 때 함께 넣으면 고기에 은은한 향을 더할 수 있다는 생활 속 활용법도 설명했다.

이어 청수호수공원의 보물 같은 나무로 구골나무가 소개됐다. 한 그루에 달린 잎인데도 가장자리가 매끈한 잎과 뾰족한 잎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 시기의 잎은 자신을 보호하듯 뾰족한 모습을 보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매끄러운 잎이 나타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구골나무는 가을 무렵 작은 흰색 꽃을 피우며 좋은 향을 낸다. 잎의 형태가 성장 과정에 따라 달라지고 계절이 바뀌면 향기로운 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식물의 생애를 한 자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나무로 소개됐다.

천안의 겨울을 버틴 은목서

은목서는 사계절 푸른 잎을 유지하는 상록수로, 꽃이 피면 좋은 향을 낸다.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나무인 만큼 천안의 추운 겨울을 견디며 자리를 잡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설도 나왔다.

숲해설가는 청수호수공원의 은목서를 다시 만날 때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번쯤 쓰다듬으며 고생했다 잘 버텼다는 마음을 전해 보자고 제안했다. 식물의 생육 조건을 배우는 동시에 공원 속 나무를 하나의 생명으로 바라보게 하는 설명이었다.

기후변화를 표현한 천해지원

천해지원 앞에서는 정원을 통해 환경 문제를 생각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 공간은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상황을 정원으로 표현한 곳이다. 숲해설가는 시민들이 공원에서 환경 문제까지 생각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해충과 익충을 바라보는 기준에 관한 설명도 이어졌다. 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해충과 익충이라는 구분은 인간이 정한 기준이다. 자연 속 생명은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지만, 인간의 이해관계가 개입되면서 사람에게 해로운지 이로운지에 따라 이름이 나뉜다는 내용이다. 공원에서 만나는 작은 생명도 생태계의 관계 속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감나무 잎에 기록한 공원

공원을 한 바퀴 돈 참가자들은 정자에 둘러앉아 감나무 잎을 활용한 체험에 참여했다. 숲해설가가 나눠준 넓고 부드러운 감나무 잎에 펜으로 글씨를 쓰고, 청수공원을 주제로 사행시를 완성하는 방식이었다.

완성된 감나무 잎은 줄에 하나씩 매달렸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글을 읽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함께 골랐다. 자연물을 관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원을 걸으며 느낀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공유하는 과정까지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청수호수공원 숲 도슨트는 식물의 이름과 특징을 전달하는 해설을 넘어 가뭄, 생존, 성장,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관계를 함께 살피는 90분으로 구성됐다. 도심 공원이 걷고 쉬는 장소에 머물지 않고 시민이 자연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공간으로 활용된 사례다.

성성호수공원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

우리동네 공원 숲 도슨트는 청수호수공원에 이어 2026년 10월 성성호수공원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다.

참여 신청은 안내된 신청 양식이나 우리동네 공원 숲 도슨트 프로그램 신청 전화 041-556-2003을 통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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